“친정엄마처럼…든든하고 고맙죠”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위치한 마르빅 씨의 축사에서 김진예 씨가 농사일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요즘같이 더울 땐 소들이 먹는 여물에 항상 물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저기 보이는 것처럼 마른 변을 싸. 변이 땅에 떨어질 때 넓게 퍼져야 건강한 소인거야.” 강원도 홍성군 서석면 풍암1리의 한 복합영농 농가. 이웃 주민인 김진예 씨(49)가 2006년 7월 필리핀에서 시집온 마르빅 씨(21)의 축사 이곳저곳을 살핀다.

1주일에 1~2번 방문
농사일·한글 가르쳐 주고
한국생활 여려움 들어주며
말동무 되주기도


미르빅 씨 축사엔 원래 한우 6마리가 있었는데 작년에 두 마리를 팔아 4마리와 3개월된 송아지 한 마리가 남아 있다. “이 송아지 있잖아,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면 우유를 떼고 1년이 지나면 새끼를 낳아. 아들 재민이는 돌 지나면 겨우 걷기 시작하는데 송아지는 새끼를 낳고..신기하지?”

축사 옆 참외, 파, 열무 등이 심겨져 있는 하우스로 들어간 김 씨는 이것저것을 챙긴다. “참외는 잎이 3개 나오면 네 번 째 잎은 뜯어 줘야해. 그래야 맛있는 참외도 많이 달리고 잎도 옆으로 퍼져.” “오후 되면 하우스 문은 열어줘. 너무 뜨거운 곳에 있으면 작물들이 말라죽거든.” 

김진예 씨는 한 달 전부터 1주일에 1~2번 씩 한국생활에 서툰 마르빅 씨 집을 방문해 농사일과 한글을 가르쳐 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이주여성 농업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올해 처음 시행하고 있는 이주여성농업인 1:1 맞춤형 교육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농사일과 한국생활 모두 낯선 이주여성 농업인들에게 후견인은 고마운 존재다. 특히 힘들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말동무가 있다 게 가장 힘이 된다고. 최근 마르빅 씨는 어머니가 위독해지자 필리핀에 가기 위해 농협복지재단에 모국방문 신청을 했으나 자격 요건인 3년에서 3개월이 모자라 떨어졌다. 지난해 아버지를 여의었을 때도 필리핀에 못간 게 못내 죄스러웠던 마르빅 씨의 마음은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김 씨는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힘이 닿는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마르빅 씨는 “전에는 모든 것을 시댁 식구들과 상의했는데 지금은 선생님과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좋다”며 “선생님은 엄마와 같은 존재”라며 수줍게 웃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 김 씨는 “이주여성농업인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곳에만 있기 보다는 선진지 견학을 해보면 보는 눈도 더 넓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선진지 농가 방문에 대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사업계획 수립시 선진영농현장 방문 예산으로 1억1600만원을 신청했으나 누락돼 내년에는 반드시 반영토록 하겠다”며 “현재 농협복지재단과 교육 받은 이주여성농업인 중 한 명을 선발해 모국방문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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