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지킴이 이주여성, 여성농업인과 하나되다

한국의 여성농업인과 이주여성 가족들이 함께 하는 따뜻한 자리가 마련됐다.한국여성농업인경기도연합회(회장 한영순)는 지난달 24일 포천시 허브아일랜드와 한가원 등에서 여성농업인과 함께 하는 다문화 가족 체험교육을 가졌다.

이주여성 가족들과 한여농 회원들이 한가원에서 한과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주여성·한여농 회원 등 85명 참여
허브농장 방문·한과 만들기 등 체험

이날 행사에는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등 외국에서 시집온 이주여성 가족(다문화 가족) 60여명과 한여농 회원 등 85명이 참석했다. 

한영순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옆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농촌도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며 “여성농업인들은 이주여성과 가족들을 어머니처럼 감싸 안아주고, 이주여성들은 농촌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든지 여성농업인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또 “젊은 주부들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이주 여성들은 농업·농촌의 지킴이”라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가득 채워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농연포천시연합회 가세현 회장은 “이주여성들은 조국을 떠나 이국땅에 와서 정착하고 생활하느라 고생이 많을 것”이라며 “오늘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여성농업인들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허브 아일랜드에서 허브를 이용한 향초와 비누만들기 체험을 하며 편안한 휴식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한과문화박물관인 한가원으로 이동해 포천지역의 특산품인 전통 한과와 유과 만들기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편과 함께 참석한 중국 출신 왕샤(39)씨는 “한국 전통과자인 한과를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남편에게 먹여줘 너무 황홀했다”며 “특히 다른 나라에서 온 다문화 가족들과 만나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많은 대화를 나눠 좋았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러시아에서 시집 온 엘레나(32)씨와 딸 김하늘레라(4)를 데리고 참석한 남편 김윤호(47)씨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와 허브농장과 한과박물관에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다문화 가족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특강/이주여성의 성공 정착을 돕는 국민여성 역할

“이주여성과 서로의 문화 나눠야”


이날 포천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신상록 소장은 ‘이주여성의 성공적 정착을 돕는 국민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신 소장은 룻의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가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삶의 위기를 이겨나가는지 방법을 제시했다.

‘룻의 이야기’에 따르면 수 천 년 전 어느 마을에 살던 여인 나오미(‘기쁨’이라는 뜻) 씨는 남편을 만나 두 아들을 낳고 즐거운 결혼생활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해 마을에 흉년이 찾아와 모압이라는 나라로 이주하게 됐다. 처음 살아 본 외국생활이었지만 그 나라에서 인정도 받고 두 아들도 장성해 예쁜 며느리도 얻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두 아들이 죽고, 그 충격으로 남편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국 나오미는 첫째 며느리인 ‘룻’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추수철이 되자 룻은 시어머니를 공경하기 위해 낯선 이국땅에서 매일 들판으로 나가 이삭을 주었다. 신기하게도 추수를 마친 들에는 이삭들이 많아 하루도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룻을 위해 추수꾼들이 일부러 남긴 사랑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며 연민의 감정을 키워온 상당한 재력가 보아스와 인연이 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게 됐다. 

신 소장은 “가장 이상적인 다문화사회는 서로 다른 인종, 언어, 문화, 관습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며 “여성농업인들은 룻의 이야기에서 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태도를 되새기며 이주여성을 가정으로 초청, 친구로서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가르쳐 준다면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카끼바라 요오꼬· 우메바야시 히로코 씨

“여성농업인 함께 해 한국 더가까워져”


“항상 집안일만 하다가 바람 쐬러 나와 직접 허브비누·향초와 한과를 만들어 보니 너무 즐겁스무니다”

일본에서 시집온 요오꼬(52·포천시 군내면 삼성2리) 씨와 히로코(43·포천시 군내면 삼성2리) 씨는 이웃사촌간이다. 10살 차이나 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말이 통하고 고국의 향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둘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됐다. 이날 다문화가정 체험 교육에 함께 오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들은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어색했는데 함께 허브양초와 비누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다른 이주여성들과 많이 친해졌다”며 “베트남에서 온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보내준다고 해 서로 이메일 주소도 교환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명절 때 먹어본 한과를 직접 만들어 보니 너무 신기했다고. “일본에도 ‘오꼬시’라는 한과와 비슷한 전통 과자가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며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한과 만들기를 체험해보니 앞으로 한과를 먹을 때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전 폐암으로 남편을 먼저 보냈지만 구김살 없이 딸 2명과 아들 1명을 꿋꿋하게 키우고 있는 히로코 씨는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을 전했다.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혼자 가려면 찾아가기 힘들어 못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체험교육처럼 이주여성을 위한 다양한 체험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히로코 씨는 또 “특히 타 국적의 이주여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큰 힘이 된다”며 “한국의 여성농업인과 함께 한국 문화를 체험하니 한국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요오꼬 씨는 “몇몇 이주여성들이 이번 체험교육에 남편과 함께 온 모습을 보니 부럽다”며 “다음부터는 오기 싫어하는 남편을 설득해 꼭 함께 오겠다”며 웃었다.



# 이화 씨

“일자리 알선 등 한국정부 지원 확대를”


“오랜만에 이주여성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 매우 즐거웠습니다”

지난 2002년 5월 중국 하얼빈시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화(36·김포시 대곶면 율생리)씨는 두 쌍둥이 딸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주여성이다.

이씨는 중국 천진에서 회사 동료인 현재 신랑 홍모(41)씨를 만나 결혼한 후 한국에 정착하게 됐으며, 쌍둥이 홍선빈·선영(3세) 두 딸을 출산하면서 중국 연길시에 거주하고 있던 조선족 친정 부모인 이원학(70), 김명선(63)씨도 이씨의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일정기간 동안 머물며 6식구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씨는 “양쪽 부모 모두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고 결혼 후에도 문화차이와 언어소통 불편 등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어엿한 7년차 한국 주부로서 얘들 낳고 경제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시부모들이 인정해 줘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씨는 한국에 시집오면서 악착같은 삶을 살았다.

우선 내 집 마련이 첫 목표였던 이씨는 남편 월급은 차곡차곡 모아두고 본인은 인근 가구·플라스틱 공장과 식당, 문구점 등을 다니며 돈을 벌어 생계비로 쓰고 저축도 했다.

이씨 부부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 결혼 7년 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까지 장만하고 지금은 자녀 양육에 매진하고 있다.

이씨는 “외국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선입견으로 경제활동에 큰 고충도 있었지만 남편과 시부모의 애정 어린 관심과 얘들을 키워준 친정부모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최근 다문화 가족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대책이 확대돼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자녀양육과 이주여성 일자리 알선, 직장 내 외국여성에 대한 편견과 근로조건 평등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농촌에서 자란 저에게 이번 경기도 여성농업인들이 한국의 전통 농경문화와 다양한 체험활동의 장을 마련해 줘 너무 고맙고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며 “농촌에 정착하고 있는 이주여성이 많기 때문에 ‘농업·농촌 다문화 가족 행사’를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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