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먼저 지연·혈연·돈 유혹 떨쳐야”

우리 농업에 있어 농협 조합장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바른 조합장을 선택하는 농민 조합원의 한 표가 농업의 미래를 담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조합장 선거는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투명하게 치러져야 하며, 이를 위해 선거제도와 선거문화는 달라져야 한다.

정관서 선거운동방식, 5개 중 2개만 선택 제한 ‘문제’
합동연설회·토론회 등 의무화…정책비교기회 줘야


▲조합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조합장 선거는 현행 농협법과 농협정관에 의해 대부분 조합이 조합원의 직접 투표로 뽑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조합원이 조합장을 제대로 뽑는 게 우선이다. 조합원들은 출마자가 조합원의 대표로서 능력과 비전, 도덕성을 갖춘 후보자인지 살피고, 우리 조합에서 누가 조합장으로 가장 적임자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조합장 선거에서 신망 높고 유능한 조합장을 선출한 조합과 그렇지 못한 조합은 조합원의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조합장을 잘 뽑을 경우 농민조합원이 주인되는 민주적 운영은 물론 유통·가공, 조합원 실익사업을 활성화하는 바탕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 조합운영도 비민주적으로 흘러가거나 방만해지는 것은 물론 조합원간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조합장 선거에서는 지역유지가 되기 위해, 정치적 발판으로, 개인적 영달을 목적으로 조합장 자리를 노려 선거의 참 의미를 훼손하고 타락과 불법으로 몰고 가는 구태의연한 인사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선택권은 분명 조합원들에게 있는 만큼 행사한 권리에 대한 책임도 결과적으로 조합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가 우리 조합을 바로 세우고, 농업을 살리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축제가 되느냐, 지연·혈연·금권이 판치는 장이 되느냐는 바로 조합원들의 몫이다. 아직 연고가 끈끈하게 작용하는 농어촌사회에서 금품선거는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기도 하지만, 비밀유지도 어렵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차마 신고 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을 통해 유권자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능력이 최고의 선거비법으로 통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과열된 선거분위기에 맞장구를 치다 낙선한 후 일거에 몰락하거나, 당선되더라도 본전 회수를 위해 편법을 쓰는 조합장의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열린 선거를 보장해야 한다=조합장 선거와 관련, 현행 선거관련 규정이 너무 선거운동을 제약하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농협법에는 선전벽보, 선거공보, 소형인쇄물,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 전화·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지지호소 등 선거운동 방법 중에서 정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 고시인 조합정관(예)에서는 선거공보 배부와 함께 선전벽보, 소형인쇄물,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 전화·컴퓨터통신 5가지 중 2가지를 선택하고 그 외의 방법은 금지하고 있다. 농협법에서 5개의 선거방법을 제시했는데도, 실질적으로는 조합 정관에서 이보다 더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게 문제란 지적이다. 특히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는 채택하는 조합 수가 매우 적다. 조합의 정관은 농식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농식품부 고시를 넘어서는 다양한 선거운동 방법이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합 정관(예)의 선거운동 규정이 공명선거운동을 위한 것이란 취지를 감안하면 굳이 선거운동 방식을 더 늘릴 필요는 없고, 국민 정서상으로도 그렇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선거운동 방법의 개선과 관련,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행 조합장 선거제도는 기존에 정해진 방식도 다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을 개정, 조합원들의 선택을 위해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등 임기 4년간 조합 운영방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기회를 주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법 개정과정에서 조합장 비상임화 문제가 이뤄지면 공명선거 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에서 돈을 쓰고 당선되는 조합장이 임기 4년간 또는 연임하면서 그 이상을 챙겨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출직인 조합장은 비상임으로 조합의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이 되고, 경영책임은 전문가가 맡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조합장을 비상임화하는 것은 조합장의 힘을 뺏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입장에서 경영을 관리·감독하고 조합 대표로서 조합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라는 뜻”이라고 비상임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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