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전국사회부장

귀농이 늘어난다? 요즘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들의 자료를 보면 그런 것 같다. 농촌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귀농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고, 각 지자체 별로 앞 다퉈 귀농인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귀농정착금과 자녀 장학금, 빈집 수리비, 이사비용을 지원한다는 얘기다. 경제불황으로 삶이 피폐해진 도시민과 고향을 떠난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고령화 돼가는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가뜩이나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농촌이다. 그래서 이처럼 농촌으로 사람을 유치하겠다는 노력이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지난 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때처럼 생계형으로 귀농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농업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그 가능성을 찾아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대로 된 귀농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가능성 있는 농업이란 측면, 이거 중요한 얘기다. 특히 농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정도 되면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무엇이 농업 발전의 길인지 나름대로 정리된 사람이 장관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대 장관들도 이를 바탕으로 농민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해 왔다.

소통이란 점에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현장 행보는 눈길을 끈다. 장태평 장관은 7일, 충남의 한 농촌카페(충청남도전자상거래연구회, 충전연) ‘번개모임’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이 카페는 귀농, 지역정보, 농산물 재배 등 농촌 모습을 생생하게 공유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장태평 장관은 인간과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태평짱’이란 온라인 블로거이기도 하다.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고위직 순환 차원에서 농정국장으로 농림부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현장 농민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농촌 현장의 ‘번개’에 참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현장에서 무엇을 도모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지금 농촌은 ‘위기’를 넘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뉴질랜드 발언으로 부정적 정서에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와 농업 여건이 상이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들면서 농업보조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 농업을 개혁대상으로 보는 듯한 관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림부 장관에게 ‘작업복’차림을 강조하면서 ‘유신 독재 시절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이다. 이렇게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라면, 그의 현장 방문은 일정부분 오해를 푸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농정 수장의 시선은 그런 쪽에만 고정돼선 안된다. 지금 농민들은 전자상거래의 화려한 성공으로 치장할 수 없는 악조건이다. 성공한 농민은 극소수다. 대다수 농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농자재 가격 폭등, 농가부채에 대해 정부가 속시원한 농정을 펴고 있지 못하고, 농민들을 홀대한다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가 발전적 대안을 찾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 농업성공의 모델로 전자상거래 농민들을 택한 것도 긍정적 사고의 방법론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농정 수장의 시선은 성공한 케이스에 머물러선 안된다. 즐거운 추억만을 찾을 게 아니라 대다수 농민의 어려움에 대한 성찰에서 희망을 찾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코드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쓴소리에 대해 답할 줄 아는 장관이 돼야 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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