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와인벨트의 꿈’이 영글다

머루로 와인을 만드는 과정은 고되면서도 고도의 감각이 요구된다.

와인은 세계인이 애호하는 주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와인시장은 외국산이 온통 장악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산머루로 동북아 최고의 와인 명산지가 되겠다고 전라북도 무주의 산·학·관·연이 도전장을 냈다. 무주의 와인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동방의 맛’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4개 와이너리·머루 생산자조직 적극 동참
작목반·농가별로 특색있는 와인 제조 역점
머루산업특구 신청·지리적 표시 등록 계획


덕유산 국립공원, 무주구천동과 무주리조트의 고장. 반디불이 축제로 유명한 청정자연의 무주에 머루와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산성와인·샤또무주·칠연양조·덕유양조 등 4개 와이너리(Winery, 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와 머루생산자조직, 전북대와 우석대, 농촌진흥청, 무주군, 농업기술센터 등이 뜻을 모아 ‘무주반딧불산머루클러스터’(대표 조동희)를 구성한 것이다.

무주산머루클러스터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2008년 지역농업클러스터 신규사업대상자로 선정돼 3년간 집중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무주는 클러스터를 통해 3년 동안 사업주체의 조직화와 사업 내실화를 기하고 머루 및 그 가공품의 브랜드파워를 강화하면서 기능성 웰빙식품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역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홍낙표 무주 군수는 “클러스터를 토대로 산머루와 머루 가공품 생산은 물론 소득증대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마케팅 사업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며 “반딧불산머루를 통해 잘사는 무주 행복한 군민이 결실을 맺을 수 있으면 한다”고 기대를 드러낸다. ‘무주’하면 ‘최고급머루’와 ‘머루 가공산업의 중심지’란 이미지를 굳혀나가겠다는 것이다.

클러스터가 역점을 두는 것은 머루의 복합 산업화. 작목반별로, 장기적으로 농가별 특색 있는 와인을 제조함으로써 머루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를 와이너리 육성과 연계, 무주군을 대단위 와인벨트로 만들자는 것이다.

사실 무주는 머루와인이 발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청정한 덕유산국립공원과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고원지대여서 큰 폭의 일교차로 과실의 자기보호본능이 왕성해 두꺼운 껍질을 형성하고,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극대화되며, 높은 당도의 머루가 생산된다. 산머루는 동북아지역에만 자생하는 야생포도로, 무주에서 이것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면 세계시장에서도 ‘동방의 맛’으로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무주군내 머루가공업체중 일부는 머루 생산과 가공유통의 연계시스템을 실현하고 있지만, 1,2,3차 산업이 연계된 6차 산업으로 발전하는데는 아직 미흡한 실정. 따라서 이들 가공업체를 6차산업의 복합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단순 와인 제조를 벗어나 체험, 숙박, 관광, 작은 이벤트 공간을 갖춘 복합적 와이너리로 키우는 내용이다. 나아가 범 군민적인 공감대를 통해 머루산업특구 지정을 신청하고 주세, 토지 용도변경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머루산업 육성 및 산업체 유입기반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머루 공동마케팅 조직화 및 브랜드 개발도 당면과제다. 가공업체에게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 시장 현황, 신제품 개발전략 등 정보를 제공하고 납품기준을 제시해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생산자에게는 생과일 납품기준을 제시해 고품질화를 유도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의 핵심이 되는 품질관리, 생산이력, 우수농산물관리(GAP) 시스템 정착을 위해 대학 및 전문기관, 지역대표 및 지역내 비정부기구(NGO) 및 소비자단체, 생산·가공주체 등으로 품질관리위원회를 운영한다.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대도시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중요하다. 2006년부터 실시한 ‘반딧골산머루축제’를 확대 개편,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하고, 축제기간 동안 와이너리를 활용한 머루주 제조, 토굴 저장 체험, 시음행사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 장기적으로 세계와인페스티발로 확대발전시킨다는 포부도 있다.

또 축적된 무주 머루의 품질정보, 생산정보를 토대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무주머루’의 지리적 표시등록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클러스터는 최근 무주군의 도움으로 무주리조트에 박물관과 체험관을 겸한 전시판매장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조동희 단장 “막일도 불사…품질 높이는데 전력 다할 것”

올해 중 무주리조트에 ‘와인전시체험관’  개장 기대


무주 덕유산 자락 해발 900m 농장에서 만난 무주반딧불산머루클러스터사업단의 조동희 단장은 와이너리인 ‘샤또무주’의 대표이자 4ha의 직영농장을 운영하면서 와인을 양조하는 와인마스터.

국내에서 머루 재배부터 수확, 양조숙성 과정을 거쳐 병입까지 이뤄지는 ‘도메인와인’을 만드는 이는 그가 처음이다. 인근 무주리조트의 임원을 지내면서 업무 때문에 유럽을 다니던 그는 거기서 와인에 매료돼 “우리 와인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퇴직 후 무주 가파른 산 속 배추밭을 머루밭으로 바꾸었다.

“우리도 노력하면 페트러스(Petrus,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와인중 하나) 못지 않은 와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동북아에서만 자라는 머루로 만든 우리 와인이 품질만 우수하다면 충분히 동방의 맛으로 서구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지요.” 실제 그는 무주 머루와인의 가능성을 요즘 확인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바이어 2명이 찾아와 동양의 와인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6월 보르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와인엑스포에 머루와인을 출품, 우리 것의 수준을 가늠해볼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무주지역에 최소 10개의 와이너리가 만들어져 동북아의 머루와인 메카가 되는 걸 꿈꾼다.   

그는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 “와인은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얼마 가지 못한다”며 “사장입네, 대표네 하고 허세를 부릴 것이 아니라 품질을 높이고, 막일도 불사하면서 발로 뛰고, 서로 양보해서 같이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사업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먼저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각오도 내보인다.

그는 올해 중 개장 예정인 무주리조트내 와인전시체험관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주의 4개 와이너리가 함께 들어가는데, 거기서 내방객들이 시음도 하고 와인에 대해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면 무주와인의 진가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다만 그는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생산자나 와이너리는 상호 협조를 통해 품질을 상향평준화 해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당부한다.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각 업체마다 고유의 맛으로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지금 무주에서는 세계적인 와인벨트의 꿈이 머루와인의 향기와 함께 익어가고 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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