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과제 지엽적…‘연구를 위한 연구’ 전락

2006년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한 위원은 충북농업기술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도기관의 연구사업이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지적의 주된 이유는 ‘꽃도라지 연구’ 때문이었다. 충북을 통틀어 꽃도라지를 재배하는 농가가 단 두 농가에 불과한데 수 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꽃도라지·식충식물·덴파레 등 특수품목 연구 많아
관련 작물 재배농가 극소수…연구결과 보급 ‘한계’
“현장애로 해결…농가경쟁력 제고” 본래 취지 무색


지금도 이 얘기는 지도기관의 위상과 관련해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일화가 돼 버렸다.

이와 비슷한 연구관행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바로 농업인 기술개발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농촌진흥청이 97년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현장 농민이 농업생산과정에서 주로 겪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긍정적 취지와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촌진흥청이 선정과제로 채택한 사업들은 지극히 지엽적인 것이어서 자칫 소수만을 위한 연구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농업인 기술개발사업으로 총 110과제를 선정하고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충북에 배정된 연구과제는 15건이다. 15건의 연구과제중 상당수가 극소수 농민만 재배하는 특수품목이다.

청주시기술센터가 신청한 ‘식충식물을 이용한 고급 꽃꽂이 소재 개발’이 대표적 예다. 충북대학교 원예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바이오벤처회사가 식충식물원을 운영하면서 새 소득원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으나 충북지역에서 식충식물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농가는 이곳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청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전문으로 하는 농민은 없지만 화원에서 식충식물을 조금씩 기르는 농가는 여럿 있다”고 답했다.

연구결과를 널리 보급해 농가소득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사업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청원군농업기술센터의 연구과제도 비슷한 실정이다. ‘덴파레 맞춤재배 및 숯을 이용한 조기출하 작형개발 과제’도 연구결과가 개별 농민에게만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청원군내에서 덴파레를 재배하는 농민은 한 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기로 했던 농민의 사정으로 중도 포기된 ‘나무이끼 재배와 분화생산 기술개발 사업’도 오십보 백보다.

충북에서 수행하는 농업인 연구과제 중 이같은 예는 또 있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의 ‘들쭉 대량생산 상품화 기술개발’도 비슷한 예다. 과연 충주지역 혹은 충북에서 들쭉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전수받아 효과를 볼 농민이 몇이나 될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연구과제를 선정해 과제당 평균 3000만원의 연구비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 연구지원국 소득기술과 관계자는 “각 도 농업기술원이 1차로 신청과제를 평가해 올리고 중앙 과제선발 심의원원회가 최종 심사를 하기 때문에 과제선정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사업신청을 하면 도 농업기술원이 1차 평가하고 도와 중앙을 거치며 복수의 심사를 함에도 연구결과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제선정이 되지 못함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 각 도 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공히 연구결과를 널리 보급하고 보다 많은 농민에게 전파하기 위한 심사를 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이평진leep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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