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남 등 남도지방 배추·단감 등 고사직전

“정말 지긋지긋한 가뭄입니다. 감은 말라비틀어지는데 비는 내리지 않지, 정말 마음까지 쩍쩍 갈라집니다.”

출하시기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가뭄 때문에 김주영 씨(사진 왼쪽) 과수원의 대봉시가 정상크기(오른쪽 민영오씨가 들고 있는 것)의 절반밖에 자라지 않았다.

이제 1주일 정도 지나면 영암의 명물 ‘대봉시’가 본격적인 수확철에 접어들지만 지독한 가을 가뭄과 녹반증으로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김주영 씨(49·영암군 영암읍 역리)는 한 해 농사를 망쳐버렸다.

“지난해 2만6400㎡(8000평) 과수원에서 대봉시를 25톤 정도 수확했는데, 올해엔 최소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창 감이 커야할 시기인 8월말부터 지금까지 너무 가물어 감이 제대로 크질 못했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봉시로 전국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영암군 금정면 일대가 비슷하다. 김씨는 “지금까지 감 농사를 지으며 물 걱정을 해 본적이 없다”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녹반증까지 겹쳐 피해가 더욱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감 수확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금정지역에선 요즘 포전매매 등이 거의 끊긴 상태다. 예전 같으면 15년생 이상 1급과수원의 경우 3.3㎡(1평)당 7000~1만원선에 거래되던 것이 요즘엔 2000~3000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거래 자체도 없다. 김주영 씨는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산지수매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추재배로 유명한 해남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남군 화원면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성옥 씨는 “올해 형님과 함께 가을배추 1만247㎡(3100평)을 농사지었는데, 한포기도 출하하지 못하고 밭에서 그대로 썩고 있다”며 “가뭄에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강원도 월동배추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10월 배추 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30만원(5톤트럭 1대)까지 폭락했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했다.

이씨는 또 “11월초까지도 비가 오지 않는다면 김장배추와 월동배추가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저수지의 물이 마르기전에 근처 영상강 3-2지구 담수호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법 등 다양한 가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지역도 가뭄으로 과일 단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진주시 문산읍에서 약5 ha(1만5000평)의 단감농사를 짓는 차옥렬 씨(46)는 “열 집 중 아홉집이 물이 부족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뭄에 워낙 골병이 들어 저온저장고에 넣을 단감이 별로 없고, 나무는 시들며 때이른 단풍이 들고 있다”며 20여년 농사에 최대의 시련을 맞게 됐다고 호소했다.

차 씨의 단감나무엔 단감이 절절히 많이 달리긴 했으나 대부분 과실 크기가 잘다. 착색도 제대로 되지 않고 당도도 떨어지는 등 상품성에 치명타를 입어 지난해 50톤이었던 생산량이 올해는 35톤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는 “곧 단감 하품 홍수출하가 되면 단감소비량 자체가 위축되고 그나마 건진 상품들도 제값을 못 받을 것”이라며 “자잘한 단감을 선호하는 동남아로 수출해 하품 물량을 처분하는 특단의 지원책이 강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