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 키운 묘종 ‘바이러스 감염’, 불합격 판정으로 폐기처분 당해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함께 통일시대를 향한 실효성 있는 남북 농업협력사업의 우수모델을 제시했던 ‘경남통일딸기’를 내년에는 맛볼 수 없게 됐다.

경남도(도지사 김태호)와 경남통일농업협력회(회장 전강석)는 경남에서 조직배양을 한 딸기 모주를 평양으로 보내고 경남의 기술력과 북측의 노동력을 결합시켜 포기수를 늘린 후 되가져오는 남북농업협력사업을 2006년부터 실시해왔다. 이 사업은 ‘경남통일딸기’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통일시대 딸기육묘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도 경남에서 무균조직배양을 한 딸기모주 6000주가 4월 15일 평양시 삼석지구 국영농장으로 보내져 유리온실 환경적응을 거쳐 비닐하우스에서 육묘됐다.

이렇게 포기수를 늘린 묘종 중 5만주가 9월 27일 북측 남포항을 출발해 다음날 인천항에 도착했으나 국립식물검역원 인천중부지원의 병리검사 결과 불합격 판명을 받아 폐기처분을 당하게 됐다. 전 세계 온대지역에 분포돼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어 반입이 금지된 토바코 네크로시스 바이러스에 대한 양성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석지구 국영농장에서 병해충 차단을 위해 모기장을 쳐서 자식 키우듯 애지중지 정성을 쏟고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딸기전문가가 수차례 방북해 기술지도를 펼쳤으나 의외의 변수로 결실을 못 보게 된 것이다. 밀양과 사천 농가에서의 비닐하우스 아주심기 계획도 취소됐다.

북녘 땅이 여름철 기후가 서늘할 뿐만 아니라 외래 바이러스로 감염위험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추진된 딸기 육묘사업이라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러나 전강석 경남통일농업협력회장은 “경남통일딸기의 미래에 보약이 될 시행착오로 받아들인다”며 “내년엔 철저한 격리재배로 바이러스 감염원을 사전에 차단한 가운데 우량종묘를 생산해 이듬해 경남통일딸기를 다시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구자룡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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