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갈아엎고 삭발 단행…농민 투쟁 열기 가열

지난 9일 경주시 안강읍의 권용환 씨가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은 자리에는 트랙터 바퀴자국과 진흙만이 뒤범벅 돼 남았다.

경주시 농업경영인 권용환 씨(37)는 지난 9일 자신이 공들여 지어놓은 약 1983㎡(약 600평)의 황금들판을 무참히 갈아엎었다. 최근 안강농협 등 경주지역 농협들이 생산비에 턱없이 부족한 5만1000원(40kg 특등 기준)에 산물벼를 매입한다고 밝힌데 반발해서이다.

권 씨처럼 벼 수매가 인상을 둘러싼 농민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역농협측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벼수매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뜻이 관철되지 못하자 전국에서는 벼수매가 인상을 위해 농민대회 및 항의방문 등이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한농연경북도연합회 임원들과 한농연경주시연합회 소속 농민 등 400여명은 지난 9일 경주시 안강읍 소재 경주시농협연합RPC 앞에서 ‘추곡수매가 6만원 쟁취를 위한 경주농민대회’를 열고 농협의 낮은 수매가 책정을 비난했다.

이날 삭발을 단행한 송영길 경주시연합회장은 “화학비료와 농약 등 대부분의 농자재가 전년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올라 농가의 생산비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농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관내 12개 농협 릴레이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고 밝혔다.

충북농민단체협의회(회장 박철용) 소속 농민단체 대표들도 9일 농협지역본부 및 도내 RPC 조합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올 쌀 가격이 작년 수확대비 7.7% 이상 상승했고 비료값과 면세유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해 실질 농가소득은 줄어들었다”면서 15%의 수매가 인상폭을 요구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또 철원 동송농협과 나주농협처럼 지역농협이 포대당 3000원선의 장려금을 지급, 수매가 인상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전량 수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농연경기도연합회(회장 강우현) 임원들은 지난 8일 농협경기지역본부(본부장 윤종일)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각 농협들이 인상폭을 놓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일부 가격이 결정된 농협들이 지역마다 큰 편차를 보이는 만큼 수매가를 도내 평균 15% 이상 인상해라”고 요구했다.

임원들은 또  “농협 RPC별 현 가결산 현황과 올해 손익실적 추정자료를 농민들에게 공개한 후 수매가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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