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운 국제부장

최근 경기도에서 곡물 가공업을 하는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의 회사는 30년 가까이 국내외 곡물을 1차 가공한 다음 과자와 우유업체 등에 제품 원료로 납품하고 있다. 그동안 낮은 국제 곡물가격 덕분으로 대기업에 공급하면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가격 인상과 유가폭등에 의한 구매비, 물류비 상승 등의 경영압박을 토로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1달러 1200원을 육박하는 환율급등에다 중국산 멜라민 폭풍이 시장을 휩쓸자 업계 모두 줄 초상날 형편이라고 한숨지었다.

그는 멜라민 파동으로 국민들이 가공식품 전체를 믿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국제유가나 환율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은 사전예방 부족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인식도 크다. 그는 정부의 농·식품 안전관리 업무 일원화를 강조했다. 수입 단계부터 철저히 검사·검역 체계를 갖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행정 시스템을 갖춰야 업체들도 혼란스럽지 않고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한 국내외 농·식품 안전사고를 돌이켜 보면 업무 일원화의 시급성을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중국산 납 꽃게 사건에서 2004년 중국산 찐쌀의 이산화황 검출, 2005년 말라카이트 그린 색소 장어, 기생충 알 검출 김치, 올해 초 중국산 농약만두 사건 등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안전사고는 대부분 중국산 제품에서 발행한다. 중국산 농·식품 수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농수축산물 수입은 4억5573만 달러로 2006년 3억4133달러 대비 18%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3억1833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9% 증가했다. 국민들의 밥상도 이미 중국산이 점령했다. 고추와 참깨, 양파, 고사리, 콩 등의 농산물에서 김치, 양념에다 꽃게, 넙치 등의 수산물은 물론 쌀까지 수입된다. 여기에다 과자 등의 가공식품과 색소, 첨가물도 중국산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농·식품 안전관리 일원화는 일회성 종합대책 발표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식품안전+7’ 대책을 내놓고 수입상품원산지표시제와 식품집단소송제 도입, 수입식품안전기준, 신속한 회수검사, 특별기구 설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식품위생법 개정 및 식품안전기본법 시행령 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농·식품 안전관리 일원화는 참여정부 시절 기생충 알 김치 등의 파동 등으로 식품안전처 설립 등이 추진되다 중단됐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초기 농식품부 일원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사실 정부의 농·식품 검역·위생관리 업무 일원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농식품부와 식약청의 분산 관리에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식생활 안전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등의 선진국들이 농·식품 안전관리 업무를 생산부처로 일원화하는 점을 강조한다. 광우병이나 멜라민 분유 등에서 보듯 생산단계부터 검사 통제가 시작돼야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 국민들은 수입 농·식품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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