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농가 고통 ‘극심’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에서 국화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과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출하로 국화값이 폭락하자 경매를 위해 준비해 둔 국화를 폐기처분 하고 있다.

최근 경기불안 등으로 꽃 소비가 감소하면서 주요 절화류값이 폭락하는 등 화훼 농가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화훼농가들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절반가량 떨어진 가운데 꽃을 출하하지 못해 폐기처분을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구남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국화작목반 대표는 “올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운반비를 포함한 운영비용이 늘어나 작업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상황”이라며 “지금 국화가 한창 나올 시기인데도 수확하기 전에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탄했다.

17일 현재 주요 절화류 도매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사상 초유의 소비위축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달 1일~17일 aT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절화류 평균도매가격은 국화 20개에 1430원, 장미 10개에 1790원, 백합 10개에 2841원으로 지난해 대비 국화는 41.3%, 장미는 50.6%, 19.6% 각각 하락했다.

이는 9월 들면서 환율불안, 물가상승 등으로 경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추석대목을 앞두고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 여기에 주요 주산지 출하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값하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국화는 추석 성묘객을 겨냥해 일시적으로 집중 출하했지만 짧은 추석연휴로 성묘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화훼 농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동절기 가온을 위한 연료비와 자재비 부담까지 겹쳐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 것”이라며 크게 걱정했다.

김병찬 aT 화훼공판장 경매사는 “지금까지 이렇게 소비가 위축된 적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결혼식이 많은 10월 들면서 어느 정도 회복 가능성은 있지만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어 이조차도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조영규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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