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영주 산업부장

모두가 긴 한 숨만 토해내고 있다. 사료와 비료값, 면세유값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길게 이어지면서 농촌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각종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촉발된 전국 방방곡곡 우리 농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경기도의 한 수도작 농가는 “농사만 짓다가는 끼니도 잇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남편은 농사짓고 부인은 인근 도시에 취업하는 맞벌이부부란다.

이렇게 새로운 농촌형 맞벌이부부 모델이 탄생되는 기막힌 현실에 또 한번 한숨만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신종 농촌형 맞벌이 부부 모델이 갈수록 늘어날 기미가 보인다. 누구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가슴에는 “각자 알아서 살 궁리를 해야지 농식품부를 믿고 있다가는 파산하기 딱 맞다”고 각인되어 있다. 수십년간 농사를 지으며 진리 아닌 진리를 체험적으로 터득했다. 

이제는 침몰하는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농민은 정부를 못 믿고 정부는 농민을 정부재정에 의존만하는 귀찮은 존재쯤으로 여겨서는 미래를 말할 수 없다.

정부를 믿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구체적인 농정 청사진을 수립해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착실히 수행해 결과물이 농민들의 몫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돼야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말로만 ‘믿고 따르라’식으로는 누구도 따르지 않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5년 주기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래도 이번 정부는 농업에 대한 희망을 만들 것이란 기대는 매번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실망은 불신으로 불신은 또다시 분노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어김없이 이어져 왔다.

농업용 원자재 가격폭등에 따른 농어촌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쾌하고 스피드 있는 농업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때그때 성난 농심만 달리기 위한 응급처치식의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꼭 살려야겠다는 의지와 환자에 대한 애정이 다.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회생의지 또한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원자바오 총리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고 크게 다친 아이를 위로하며 “울지마라, 중국정부가 너를 꼭 지켜주겠다”며 눈물을 흘려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총리의 모습은 국민에 대한 애정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새로 임명된 농식품부 장관도 연일 농업 현장을 누비며 피멍든 농민들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있다고 한다. 가슴에 담은 현장의 어려움을 토대로 무언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농민들에게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똑똑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더 이상 한숨만 토해내는 농민들의 모습과 생계를 위해 맞벌이에 나서는 농민들을 볼 수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영주lee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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