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돼지고기 ‘궁지로’

지난 2년간 고가 행진에 농가 품질 제고 소홀수입산보다 값도 비싸 소비 증가 기대 어려워등급별 판매제 도입…가격 차등화 등 서둘러야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이 20만톤을 넘어서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자리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품질과 가격적인 열세로 인해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는 점점 추락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입 돼지고기의 대공세=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21만462톤으로 17만3597톤이었던 2005년보다 무려 2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수입량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월 수입량은 총 2만882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격과 품질면에서 우수하고 원하는 규격대로 제품을 생산해줘 북미산을 중심으로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북미산 돼지고기의 수입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수입 돼지고기 점유율 36.5%(6만3335톤)를 차지했던 북미산(미국·캐나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8만6921톤이 수입, 41.3%까지 증가했다. 가격 우위도 월등하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산 냉장 삼겹살 가격은 kg당 8586원(소매공급기준)이지만 냉장 수입육은 국내산 대비 60% 수준인 518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침체=2003년 A등급 출현율이 40%를 넘는 등 A·B등급 출현율이 70.3%를 달성한 이후 2004년 69.5%, 2005년 67.6%, 2006년 66.5%, 2007년 65.6%(1월)를 기록, 국내산 돼지고기의 품질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지육단가가 kg당 4000원을 넘어서는 등 돈가가 2년 넘게 고공행진을 하면서 양돈농가들이 출하하기에 급급해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도축두수가 1300만3286두로 전년대비 3.4% 감소하는 등 소모성질병으로 인한 농장피해가 두드러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17일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민 선호부위인 삼겹살과 갈비 모두 소비가 부진해 육가공업체들이 재고처리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 제수용품 구입과 신학기 학자금 마련 등에 지출이 이뤄져 돼지고기 소비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해결책은?=한미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산 돼지고기가 경쟁력 제고를 통한 소비확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돼지고기에 대한 품질과 안전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입육이 국내산으로, 냉동육이 냉장육으로 둔갑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에 음식점에서의 원산지 표시제 및 수입육에 대한 유통경로 파악 등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쇠고기처럼 돼지고기도 육질등급에 따라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등급별 판매제를 정착시켜 소비자가 돼지고기 등급에 따라 차등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생산자들이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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