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현 산업부 기자

원유기본가격 인상안이 지난 2일 타결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겼다. 처음부터 협상에 관여해온 핵심당사자가 협상도중 아무런 말없이 사라지는 상식이하의 작태를 보여 협상에 참여자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7월 18일 소위원회가 타결한 원유가 120원/ℓ인상안을 최종의결하기 위해 지난 1일 15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낙농진흥회 7차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이사회는 소비자가 인상을 240원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김천주 소비자대표의 발언 탓에 난항을 거듭하다 오후 8시경 식사를 위한 정회에 들어갔다. 그런데 낙농진흥회 이·감사들이 자장면으로 저녁식사를 때우고 회의를 속개하려던 9시30분경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유가공협회의 김모 전무가 식사시간을 틈타 회의장을 몰래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전무가 없는 것을 빌미로 유업체 측 이사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려하자 회의를 지켜보던 낙농가들이 출입문을 봉쇄하는 등 삽시간에 회의장이 난장판이 됐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들도 “정부대표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지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흥분했고, 정부 관계자도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씁쓰레하기는 마찬가지.

결국 이날 이사회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가 밤을 꼴딱 지새우고도 결론을 못 냈고, 2일 김모 전무가 다시 나타난 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원유기본가격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는 우유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란 것을 김모 전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 협상이란 게 서로 간에 이견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내 뜻이 안 통한다고 그 흔한 인사치레 없이 사라진 것을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그는 ‘낙농업과 낙농관련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 목적’으로 하는 낙농진흥회의 이사다. 그의 행동이 낙농진흥회 이사로서 책임 있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
서상현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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