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이후 지난해 수입돼 유통기한이 2개월 정도 남아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지난 1일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워낙 큰 상황에서 얼마나 팔릴지 궁금했는데 한국수입육협회는 너무 잘 팔린다며 야단법석이다. 각 언론에서도 시시때때 판매현황을 마치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국민들 시선이 따가워 눈치만 보던 음식점들의 구매가 늘고 있단다. 평소 비싼 쇠고기를 원망했던 일반 서민들도 폭탄세일 가격에 판매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법적으로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된 마당에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업자나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뭐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 90년대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대형유통매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싼 가격에 대량 판매되면서 국내 감귤 등 주요 과일류 시장을 위협, 피해를 줬던 사례를 떠올리면 현 상황이 우려스럽고 걱정될 뿐이다. 수입과일로 한국 국민들의 입맛을 길들이는데 5년 정도 걸렸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과일과 달리 아직도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언제 어떻게 안전성 문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당위성과 국민들 안심을 위해 홍보를 계속하고 수입업체는 마치 애국자인양 당당한 모습이다. 도대체 누가 주인이고 손님인지 헷갈릴 뿐이다.

한 번 입맛이 들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음식이다. 오두방정을 떨며 미국산 쇠고기 과잉 홍보에 나서고 있는 정부나 미국산 쇠고기 옹호론자들의 국적불명의 행태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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