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산업부 기자

이달 1일부로 바뀐 면세유 취급제도로 인해 농민들이 폭발직전에 있다. ‘현금거래도 안된다’ ‘외상거래도 안된다’ ‘통장에 돈부터 넣고 와라’ ‘취급수수료 징수에 동의서를 써라’ 등 이미 경유를 기준으로 리터당 1300원대까지 올라 쓰기가 무서워진 면세유가 이젠 사기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면세유 직불카드제 도입은 지난해 감사원이 면세유 부정유통에 대한 대대적 감사 이후 지식경제부가 이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된 것. 이를 농협이 관장토록 하면서 농협이 발행하는 직불카드를 사용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거래가 전산에 남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취지는 좋았다. 농업인들만 왜 해택을 주냐는 도시서민들의 불만도 있었기 때문에 법을 준수하며 사용하고 있는 농가들은 오히려 이번을 기회로 면세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 낼 수 있다고 믿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행당일, ‘현금을 가지고 오지 마시고 통장에 우선 돈부터 넣어 놓고 카드 들고 오세요’라는 식의 담당직원의 말엔 시쳇말로 ‘꼭지’가 돌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생인 우리 아들이 정책을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잘 만들겠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내가 일할 때 뭔가 하나 성과내서 보여줘야 한다는 식으로 일하는 윗사람들 때문에 밑에서는 죽어난다’는 말까지 나온다. 탁상행정에 대한 전형적 비판문구들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농림수산식품부, 농협중앙회 등 농업관련기관에서는 카드제 도입 과정에서 직불카드를 전농민을 대상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농업현실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었다는 점이다. 현실에 맞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다. 이제 제도가 시작됐는데 금세 또 바꿀 수 있냐는 식은 곤란하다.
이진우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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