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산업부 기자

“배신, 배신이야.”

축산농가들은 순진하게 정부의 말을 믿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 직후 미국 방문 선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발표할 것이라는 쇠고기 괴담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았다. 쇠고기 괴담과 관련 서울신문의 3월 31일자 보도를 보면 청와대나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은 있지만 미국측과의 접촉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다음날 농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과 관련한 양국 고위급 전문가 협의를 11일부터 개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번 협의에는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과 엘렌 텁스트라 미 농업부 차관보 등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사실상 전면 개방을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의 접촉은 전혀 없다는 정부측 관계자의 설명만을 순수하게 믿은 축산농가들은 정부의 배신에 할 말을 잃었다. “만약 총선 전에 이런 발표가 났다면 나 투표 이렇게 안했어. 당연한 거 아냐? 우리를 죽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다는데…. 그런데 총선 끝나자마자 실속 챙겼다고 이렇게 배신을 하냐?” 뒤통수를 치는 정부의 행태에 분개한 한 농가가 속사포처럼 쏟아놓은 말이다.

경제성장과 경제논리만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실리를 얻기 위해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바꾸는 행태에 축산농가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을 정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FTA 및 미국산 쇠고기를 교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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