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현 농업부 기자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수장인 정운천 장관이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농정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특강위주의 설명방식이 자칫 ‘나만 따르라’는 식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취임식에서 차관에게 행정업무를 맡기고 자신은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처한 농어업,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주말도 반납하다시피 한 채 돈 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 도드라진 활동이 특강이다. 취임식에서도 ‘농어업의 밀물시대를 열자’는 주제로 1시간 30분이 넘는 특강을 했다. 또 첫 공식일정이었던 농어민단체 대표자와의 간담회에서도 정책건의를 자료로 대체토록 하고 1시간이 넘게 같은 주제로 자신의 농정구상을 밝혔다. 이런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농림수산식품부 계장급(사무관) 이하의 대화에서는 ‘터놓고 얘기 합시다’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2시간 넘게 정장관이 나 홀로 강의를 했다고 한다. 앞서 열렸던 한국농촌공사의 장관업무보고 역시 보고 10분에 나머지 시간을 장관특강에 할애했다.

정 장관은 국무위원 중 유일한 CEO출신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또 ‘거북선농법’이란 저서를 펴고 대학 강단에 설 정도로 내용과 실력을 갖췄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가르치는 강의방식을 택한 게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농정방향을 확산시키는데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특강이란 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에 경계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어 내용이 일방통행 식으로 전달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정 장관의 특강을 가보면 이견은 없는지, 제대로 이해 안 되는 것은 없는지 등 되묻는 절차가 거의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농어업, 농어촌의 위기극복을 위해 농정수장인 장관이 가장 앞에서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다 해결할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농어민들을 비롯해 농림수산식품에 관계된 모든 구성원들이 씨줄날줄처럼 엮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나가야 가능한 것이다. 논두렁 대화에도 좋은 정책이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이 낮은 곳의 목소리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현장농어민을 비롯한 정책대상들과의 쌍방향대화에 집중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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