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닭 있어요?” 전화 한통 달랑 ‘분통’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이어 황등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추가 발생 소식에 업계에서는 3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특히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대응이 무색하게 추가로 고병원성 지역이 발생한 것을 비롯 저병원성이지만 경기도 평택, 양평 등 여러 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있어 정부의 방역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km내 가금류 76만마리 살처분·매몰 예정철새는 추정뿐, 발생원인·감염경로 못 밝혀육계값 폭락…시가 대신 원가기준 보상 촉구 #정부의 AI 대책현황 정부는 지난달 22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최초 발생농장인 전북 익산 함열읍 석매리와 이곳에서 3km 떨어진 경계지역에서 지난달 27일 2차 발생한 황등면 죽촌리의 육용종계 농장에 대한 살처분·매몰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개최된 가축방역협의회에서 당초 발생농장 반경 500m내(오염지역)까지만 실시하려고 했던 살처분 범위를 3km(위험지역)까지 확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금류 살처분 대상은 당초 5농가(15만 5000마리)에서 40농가(76만4000마리)로 확대됐다. 11월 30일 현재 살처분은 5농가 14만9000마리가 완료된 상태다. 발생농장 10km(경계지역)내는 가축·차량 등의 이동통제를 실시하고 사육 닭·오리 등은 가축방역관의 지도·감독 하에 반출입이 허용된다. #문제점 ▲전화한통으로 예찰되나=정부는 전국의 가금류 사육농장에 대해 매일 1회 전화·방문 예찰을 실시해 의심축 발생 시 신속 신고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익산 함열읍 농가들조차 하루나 이틀 만에 전화 한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 함열읍의 한 농가는 “면에서 전화가 와서는 죽은 닭 있어요· 방역 철저히 하세요라고 하데요”라며 “하루에 한통은 오나, 집에 없으면 못 받으니깐 머... 공무원들이 무서워서 어디 직접 찾아오겠냐”며 비꼬았다. 전북 정읍의 한 토종닭 농가도 “어제 처음으로 방역본부에서 전화가 왔는데 닭에 이상 없냐고 물으면서 면에 소독약 있을테니 가져가라고 하더라”면서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생원인도 불투명=정부는 철새 도래 기간인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를 AI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소독 등 차단방역을 강화해 왔으나 이번 고병원 AI 발생으로 방역에 실패했음이 현실로 드러났다. 현재 정부는 2차 발생농가가 최초 발생농장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3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같은 곳에서 왕겨를 공급받았고 왕겨수송차량과 닭 수송차량이 주로 23번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 차량 이동에 의한 감염을 우려해 차량 타이어 소독 등 차량 방역에 주력하고 있으나 1차, 2차 감염농가의 발생 원인에 대해 역학조사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힐 뿐 이렇다 할 감염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철새가 주원인이라면 매년 철새 도래시기에 전국적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우려되는데 과연 철새도래지에 대한 분변검사 강화와 농가들 스스로의 차단방역 당부로 이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 ▲살처분 농가, 실질적 지원대책 필요=정부는 살처분 대상농가에 대해 살처분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지급요령(농림부고시)에 따라 시가기준으로 산정해 조기지급 추진을 밝혔다. 그러나 농가들은 시가기준 적용은 어불성설이며 생산원가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발병 소식으로 인해 육계시세가 폭락하기 시작해 30일 현재 육계시세가 kg당 640원(대한양계협회기준)으로 생산비 1100원(병아리가격 제외)의 절반수준인데 시가기준으로 보상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2003년 고병원성 AI 발생 당시 토종닭에 대한 살처분 보상이 육계 시세로 반영됐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익산의 한 살처분 대상농가는 “보상에 대한 논의 없이 일단 살처분 대상에 지정돼 살처분을 끝냈는데 앞날이 막막하다”면서 “AI가 터져 살처분을 시켰고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인데 원가보상도 아닌 시가보상이 말이 되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동제한 지역농가는 어떻게 하나=정부는 위험지역 내 가축은 경영안정자금, 가축입식자금 지원 등을 통해 출하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간접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증체로 인한 상품성 감소로 판로확보가 어려울 시, 이동제한 해제 후 수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 농가들은 조속한 구매비축 사업을 촉구하고 있다. 익산AI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심순택·허영길)는 지난달 27일 호소문을 통해 AI 발병으로 인한 익산지역 토종닭 출하 중단 조치로 익산지역의 토종닭 구매를 기피함은 물론 가격폭락의 이중고를 감내하고 있다며 구매비축 사업의 시급함을 주장했다. 특히 출하 대기 중인 40여만 수의 토종닭은 사료비만 하루 약 2000만원(1마리당 약 50원)이 소요되는데다 이미 3kg이상 증체된 닭이 많아 상품가치를 잃고 있다는 것. 익산의 한 양계농가는 “팔리지도 않는 닭을 언제까지 사료비 들어가며 키울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수매대책 없이 이대로 방치하면 닭 놓고 도망가는 농가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사료비나 앞으로의 판매대책이 없어 사료를 못 먹이거나 사육을 포기하면 그 농장이 또 다른 질병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안감만 고조시키는 오락가락 행정=익산교육청이 지난달 28일 AI 발생주변 학교에 취한 등교정지, 귀가조치에 대해 지역 학부모를 비롯해 농가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한 배포한 가정통신문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조류독감으로 표기해 양계농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러한 반발로 인해 29일 다시 등교를 재개시켰지만 무책임한 교육행정에 농가들의 시름이 더 깊어가고 있다. 익산 함열읍에 한 양계농가는 “너희 집에 닭 키우지· 라고 학교 선생이 물어보더니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면서 “발생지역 가까이 산다고 전염병 걸린 아이 취급하는 거냐”며 아이들에게까지 두 번 상처를 지우냐며 호통을 내질렀다. 같은 지역에 농가 역시 “왜 사는 사람까지 살처분 하지 그러냐”면서 “아이들이 무슨 죄이고 우리 농가들은 왜 또 죄인취급을 받아야 하냐”며 분노했다. #대책은 없나 양계 전문수의사 양성담당 수의사제도 도입감시 모니터링 강화를 현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발생 경로 및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으로 철새가 AI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익산에서 AI가 최초 발생한 농가의 경우 무창계사로 철새나 야생조류에 의한 직접적 유입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AI에 감염된 철새의 분변을 밟은 사람이 농장의 계사 안으로 들어가 옮길 확률도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2003~2004년 발생한 고병원성 AI 역학조사 결과 겨울(북방)철새가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하고 매년 11월부터 익년 2월까지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철새 분비물 조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새가 원인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만약 철새가 원인이라면 전국적인 방역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에도 입증됐듯이 방역 당국이 AI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매번 농가들의 자체 신고에 의해서 밝혀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양계전문수의사를 양성, 활용해 정부의 방역기관과 함께 AI 감시 모니터링을 상시 실시하고 이상 유무를 파악해 농가들의 신고 전에 AI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 지자체별로 담당 수의사제도를 통해 각 농장에서 일어나는 질병이나 폐사 상황 등을 조사, 관리해 사전에 AI 발생유무를 체크하고 차단방역에 힘써야한다는 것이다. 모인필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는 “양계장에서 일어나는 폐사나 문제점을 담당 수의사가 즉시 파악해 정부에 알리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양계전문수의사를 활용해 지역별 담당 수의사제도를 갖춰 방역당국이 먼저 AI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농가들에게 전화한통으로 폐사가 있는지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으로 정확한 정보를 결코 알 수 없다”면서 “네덜란드 등 외국처럼 담당 수의사제가 정보를 파악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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