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을 마치고 잠시 사직공원에 들른 김성훈 총장과 김종철 발행인.

전국 방방곡곡에 땅을 가진 땅부자들이 사회 지도층 인사를 자임하며 이 나라의 정책과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세태에 두 석학은 분개했다. 가공할만한 세계적 식량위기가 다가오는 데도 농업·농촌의 붕괴에 너무도 둔감한 우리 사회를 보면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지난 4월 6일, 본보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가진 대담에서 오랜만에 만난 김성훈 상지대 총장과 김종철 녹색평론 대표는 그렇게 3시간여에 걸쳐 격정적인 대화를 쏟아냈다.

ㆍ일시 : 4월6일(일)
ㆍ장소 : 녹색평론 자료실(서울 종로구 필운동)
ㆍ진행 : 김선아 편집부장

“아무 죄의식 없이 농업·환경 죽이는 현실 두려워”
사회각계 땅가진 부자들이 농지훼손 부추겨
한·미FTA 비준되면 농민들 총파업 나설 것

김성훈 상지대 총장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교수·부총장 △농림부 장관 △경실련 공동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상지대학교 총장 저서 <백년기업과 천년국가> <21세기 장보고 정신의 구현> <한국농업 이길로 가야한다> <쌀의 정치경제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농민공동체 복원해야”
성장·개발지상주의 사회서 식량위기는 필연
나라의 뿌리 중의 뿌리인 농업·농촌 지켜야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서울대 영문과 졸업 △전 영남대학교 영문과 교수 △격월간 녹색평론 발행·편집인. 저서 <시와 역사적 상상력>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간디의 물레>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대운하 건설이나 새만금 용도 전환, 농·산지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정부의 경제살리기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성훈=현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걱정이 더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다며 대기업·재벌 편향적인 경제조치가 나오고 있고,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하에 한·미FTA 비준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쇠고기시장 개방 시나리오는 지금쯤 거의 다 만들어졌을 겁니다. 총선 끝나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전후로 발표를 하겠지요. 특히 지금 새 정부가 농지나 산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농산지 규제를 규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수조원을 투입해 어렵사리 조성한 새만금·영산강 간척지엔 골프장, 카지노 등을 세우겠다고 난리들이지 않습니까. 경제를 살리는 데 기본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경제 살리기를 하겠다면서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을 중심에 놓는 정책이 없습니다. 사람 중에서도 농민과 중소상공인은 다 빠져버렸어요. 앞으로의 식량위기 환경위기 경제위기를 생각할 때 정말 두렵고 안타깝습니다.

▲김종철=말씀하신대로 새 정부의 핵심문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특권계층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안타까운 건 국민들이 이를 냉정히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여론 추이를 보면 여전히 대다수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으니,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이 환경과 농업문제에 둔감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명백히 극히 일부의 부유계급을 위해 각종 감세 정책과 상속세 폐지,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둔감한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제일 걱정되는 것은 이 정부 5년을 겪고 나면 우리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 바탕이 엄청나게 훼손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김성훈=그렇지요. 참여정부가 농업과 환경을 죽이는 정책을 아무 죄의식 없이 추진했다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강부자(강남 부동산자산가)’ 정부라 비난받고 있는 새 정부는 아예 확인사살을 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얼핏 보면 다른 것 같지만 환경과 농업, 생명을 경시한다는 면에서는 난형난제(難兄難弟)라 할만큼 닮았습니다.

▲김종철=이렇게 극단적으로 생명·생존의 토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경제만 강조하고 있는데, 학계든 언론이든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도 큰 문제지요. 사실 지금 살리려는 경제는 지속가능한 경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에 제동을 거는 국민적 움직임이 있어야지요.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차피 농사지어봤자 망하는데 땅값이라도 올려 보상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농민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 신문에서 농지규제 완화는 안 된다는 보도가 나가면 간혹 항의 전화를 하시는 농민들도 계십니다.

▲김성훈=그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봐야합니다. 하나는 땅 가진 자들 중 비농업인이 많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도시근교지역 땅 소유자의 70~80%가 비농업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 청문회에서도 장관들의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문제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되었는데, 이렇게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이 땅가진 부자들이어서 전국의 농경지와 임야를 ‘비합법적으로’ 보유한 것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해 농지규제를 완화 해달라고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일부 순수농민들이 농지전용을 완화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이 말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이야기지요. 농사 짓고는 도저히 못살겠으니 땅값이라도 많이 오르게 농지규제를 풀어달라는 얘기입니다. 논밭값이 비싸지면 농사를 계속해서 지을 수 없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제는 악만 남아 내 땅 마음대로 팔고 떠나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단발마적인 비명이랄까요.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김종철=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과연 이 나라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이 땅에 자신의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자손들이 계속 살아가야 할 이 땅에서 어떻게 그렇게 생각 없는 정책을 끊임없이 재생산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도 상식이 있다면 계속 이렇게 땅 가지고 장난치는 짓은 그만두어야지요.

▲김성훈=동서고금을 통틀어 이 지구상에 농지의 투기상품화를 부추기고, 정책으로 미는 나라는 없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지금도 농지는 농업용으로 못을 박아 놓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 농가 소득의 40~60% 이상을 정부가 직접 보상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의 경우 문전옥답이 평당 5만~7만원인데, 전용이 용이한 상대농지는 평당 10만~20만원대 입니다. 임야지나 잡종지는 평당 100만원 수준이구요. 문전옥답보다 임야지나 잡종지가 수십 배 비싼거지요. 선진국에선 이런 기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절대농지를 가질수록 정부의 소득지원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제대로된 소득직불제 보상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니까 농민들이 농지 규제라도 풀라고 요구하는 것이지요.

▲김종철=얼마 전 한 TV토론프로그램에서 모 교수가 “땅 투기 안한 사람이 바보 아니냐”고 하던데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속이 뒤집어지더군요.

▲김성훈=아까도 말했지만 장관들, 정치인들, 법관, 외교관, 경제인, 교수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 지도층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비농업적 목적으로 농지를 갖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경제인들은 공장을 위해 소요되는 땅의 몇 배를 가지고 있어요. 토지가 투기화되면 한 몫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가 되겠지만 농업은 물론이요, 경제까지 망치게 됩니다. 얼마 전 전경련 산하 모 연구원장이 ‘농지전용을 반대하는 사람은 농림부 직원뿐이다’라고 말하더군요.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이 죄다 ‘땅부자’가 되어가지고 토지투기와 환경 파괴에 솔선수범으로 나서고 있는데 농림부가 눈에 가시가 된 것 입니다.

▲김종철=땅이 망가지고 물이 오염되면 모두에게 피해가 갈 텐데 다들 이렇게 방조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은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만은 잘 살수 있다’는 생각도 정신병의 일종이죠. 나라가 망하고 혼자 잘 살면 뭐하겠습니까. 저는 애국이란 말 자체는 싫어하지만 나라를 끌고가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진정한 애국자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성훈=새 정부 첫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으로 “농업이라는 말을 쓰지 맙시다”라고 했답니다. “농민 문제는 복지로 풀고, 농기업·농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농민 문제를 복지로 풀겠다니, 농민들이 무슨 거지, 부랑아,  병자, 불구자입니까.

▲김종철=저도 한·미FTA로 한창 시끄러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농민이 어려우면 보조금을 주면 되지 않느냐며 퉁명스레 얘기했다는 소릴 듣고 정말 화가 났었습니다. 농민을 무슨 자존심도 없는, 적선이나 좀 해주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해서요. 농민은 나라의 뿌리 중의 뿌리입니다. 사실 지금의 선진국은 모두 농업국가 아닙니까.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농업을 위해 그 많은 투자를 하겠습니까. 사람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본능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김성훈=제 생각에도 앞으로는 경제를 살린다는 말을 지속가능한 경제를 살려나가겠다는 말로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환경과 조화된 것이고, 땅과 물과 공기,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 환경 파괴적이고 반인간적입니다.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정책을 세울 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돌아봐야지요.

▲김종철=여론주도층도 그렇지만 환경과 농업에 무감각하기는 소위 진보적이란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김성훈=참여정부 시절 경제살리기 민관대책회의 때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서 건의를 하나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산야와 강과 호수와 바다가 온통 쓰레기로 덮여있으니, 이것을 한 번 말끔히 청소하고 그것을 계기로 국민들의 마인드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국토 대정화운동’을 하자구요. 그렇게 되면 연간 10만~20만명의 사람이 필요한데, 임기 중에 이 일을 추진한다면 국민의식도 개조되고 국토도 금수강산이 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지요. 당시 대통령은 고개를 끄떡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더군요. 그래서 지난해 한나라당 정책의장을 통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도 같은 건의를 했는데, 대선공약에는 없다가 이번 한나라당 총선공약으로 ‘대운하’는 빠지고 ‘국토대정화운동’이 들어가 있더군요. 나는 이것이 꼭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내내 두분 모두 한·미FTA 비준 반대에 힘을 보태셨지요. 이달 중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FTA 비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전망입니다. 실제로 협정이 발효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김종철=다른 건 몰라도 농업은 일망타진입니다. 이것은 정부도 인정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농민 보상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은 세계지배전략의 두 축을 ‘석유와 식량’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이미 반세기 전에 확립된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미국 바깥에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의 농업자생력, 식량자급력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려 왔습니다. 우리나라와 FTA를 추진하는 것도 결국, 한국농업을 망가뜨리고 식량을 통해 미국의 대농과 거대농기업의 영구적인 속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한겧?TA 체결에 따른 투자자 직접소송제는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입니다. 나중에 아무리 양심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정책을 바꾸려해도 역진방지조항 때문에 되돌릴 길이 없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모든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지요.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작년처럼 거센 반대운동이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굉장히 답답합니다.

▲김성훈=개방을 하지 않고 어떻게 견디냐는 진부한 스토리로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했는데, 실상 알고 보면 개방해서 잘 살자는 것은 헛구호입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과 WTO 가입으로 지금 이미 다 개방이 돼 있습니다. 쌀도 단계적으로 개방해 2014년에 완전 수입자유화되구요. 전 정부가 ‘개방이냐, 쇄국이냐’는 천박한 논리로 국민들을 윽박질렀습니다. 한겧?TA가 발효될 경우 농업분야에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오는가 하면 우선 당장 첫해부터 모든 농림수축산물의 65%가 관세가 없어집니다. 나머지 전략 품목 35%도 매년 관세가 줄어 품목에 따라 5년-10년-15년 후엔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지요. 보편화된 이론 중에 삶은 개구리(Boiled frogs) 이론이 있지요.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놀라 뛰어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나올 생각을 안 하고 괜찮겠지 버티다가 삶아져 죽어버린다는. 꼭 나머지 35%의 농축산업이 한겧?TA로 당할 형국이 이와 같습니다. 한겧?TA는 최대한 15년에 걸쳐 우리 농업을 완전히 고사시킬 것입니다.

▲김종철=94년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이 한창일 때였던 것 같습니다. 총장님께서 “이제 농민들에게 농사 그만 지으시라”고 말해야 할 때가 곧 다가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젠 그 시기가 넘은 것 아닌가요.

▲김성훈=예. 그래서 저도 만약 이대로 한겧?TA가 비준되면 중대 예언을 하려고 합니다. 농민들이 농사를 바로 그만두던지,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조직화해서 수입을 바로 할 수 없는 채소나 신선식품 또는 유기농 농산물 몇 개를 가지고 자가소비용만 남기고 국민농업 대파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요. 그래서 크게 한 번 혼이 나봐야 땅투기 하는 지도자들과, 농업포기를 원하는 관료들이 정신을 차릴 겁니다. 한·미FTA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만 더 얘기하면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미정부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부시 대통령에게 선물로 바친 것이라는 설 입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던 것이죠. 부시 대통령은 임기 중에 35개국으로부터 미국과 추진중이던 FTA를 거절당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것 다 들어 줘가며 조공형식으로 갖다 바친 것입니다. 지난해 5월 한겧?워싱턴포럼 때 전 주한미대사를 비롯한 미국 전 현직 고위간부들 앞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더군요. 당시 영어로 진행되어 보도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이건 팩트(fact)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미국과의 FTA는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지금 와서 두 정부가 체결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면 최소한 미국회보다는 먼저 비준을 해서는 안되는 거지요.

-오래전부터 환경재앙, 세계적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가 이어져왔지만 그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세계적 식량위기의 구조적 원인과 그 심각성에 대해 짚어주시지요.

▲김종철=세계적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 같은 사람이 수십 년간 예언해 오던 어두운 미래가 그대로 전개되는 느낌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농지는 급속히 줄고 있고, 녹색혁명의 여파로 토양의 비옥도는 상당히 쇠약해져 있습니다. 또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곡물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과 인도의 산업화와 그로 인한 육식 위주의 식생활 변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도 큰 원인이죠. 그러니까 지금의 식량의 위기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 패턴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식량위기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세계 몇 십억 빈곤층 인구가 죽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성훈=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사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구조적 식량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기껏해야 4.6% 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마구 농경지를 파헤치고 용도를 마구잡이로 전용하면 어떻게 됩니까. 할아버지께서 우리나라가 해방정국 하에서 어수선 하니 “조선사람들은 이마빡이 깨져도 정신을 못차리고 피가 나야 정신을 차린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는데, 요즘 이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김종철=지금 당장 굶지 않으니 정신을 못 차리는 거지요. 상상하기도 싫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북한의 기아상태 이상의 사태가 닥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인간성이 각박해진 상황에서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걱정입니다.

-농업CEO 출신인 정운천 장관 입각이후 규모화된 ‘기업농’ 육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김종철=글쎄요. 지금 나오고 있는 정책들 대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나라 지도층의 시각이 반영된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농업CEO는 일반기업의 CEO와 다르잖아요. 정부 자금에 의존해 커온 사람들 아닙니까. 이러한 정책으로 농업CEO 개인들은 이익을 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농업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농업을 단순히 산업적으로만 접근하게 되면 농업은 피폐해지고 농업의 미래는 없어집니다. 농업을 살리려면 소농·가족농을 살려 농민공동체를 복원해야지요.

▲김성훈=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입니다만 사람이 빠진, 사람을 놓친 농정은 무의미합니다. 농협이나 농진청 등 기존의 농업관련 조직과 기관의 혁신이 빠진 어떠한 정책의제도 사상누각이나 다름없습니다. 농산물 유통·가공분야 개발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데,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떻게 해야 농민의 소득이 되고 소비자의 이익이 되며 환경과 문화와 조화를 이룰 것이냐는 점이지요. 그러한 고민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필연코 농업·농촌에 또다시 커다란 후유증과 부채만 남길 뿐입니다.

-평소 두 분께서 강조하시는 소농·가족농 중심의 농촌공동체 복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김종철=제가 농촌공동체 복원을 이야기하면 마치 봉건시대로 돌아가자는 말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선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삶은 농촌공동체 안에 있습니다. 우리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사람만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입니다.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살면서 사람살이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지요. 그 안에서 저절로 복지가 생겨나게 되어 있어요. 교육, 주택, 환경 등 현대사회의 오만가지 문제가 다 풀립니다. 근대 과학기술의 지혜와 지식을 가지고 봉건시대 농촌과는 다른, 차원 높은 농업중심의 사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김성훈=농민들은 도시민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토양, 거기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제공한 농민들도 제대로 먹고살게 해주라’고 도시민들이 먼저 나서야 합니다. 그러한 마음이 우러나는 사회. 그것이 선진국형 공동체적인 생각입니다. 외국농산물 먹으면 외국 농민 도와주는 것이지만 우리 것 먹으면 맑은 물, 좋은 공기, 좋은 토양으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그러면 우리도 뭔가 내놔야지요.

▲김종철=맞습니다. 도시민이 깨닫고 도와 줘야죠. 환경단체도 농업을 중시하는 단체로 가야 하구요.

-4월 10일로 한국농어민신문이 창간 28주년을 맞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만, 한 말씀 해주시지요.

▲김성훈=농업 농촌 농민은 죽어 가는데 이 나라에 농업에 기생해 먹고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부관료부터 농협, 농진청, 농업계 교수들, 농민단체들, 또 20여개가 넘는 농업계 신문들까지요. 모두들 가슴에 손을 얻고 엄밀하게 ‘농업이 망하고, 농민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살까’ 자성해봐야 합니다. 그러 면에서 한국농어민신문도 ‘항상 깨어있으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농업계 유일의 농민 정론지로서 사명감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김종철=주류 언론에는 농업전문기자가 별로 없잖습니까. 그러니 농업관련 보도도 거의 없고, 보도한다고 해도 심층적인 보도도 아니고, 왜곡되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농어민신문이 주류언론에 영향을 미쳐야합니다. 국회의원들도 농어민신문 보게 하고, 도시민들도 볼 수 있도록 구독을 넓혀야지요. 당사자인 농민들만 보면 뭐합니까. 도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게라도 만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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