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재원조달 계획 없인 ‘헛구호’…속도 더 내야

새 정부가 미래전략과제로 내놓은 창의 정책에 묻힌 감은 있지만 직불제 확충이나 재해보험, 복지·교육여건 개선 등 ‘살맛나는 농어촌’을 위한 ‘방패 정책’도 강조하고 있다. 기존 농업·농촌종합대책에 따라 추진되는 방패정책의 경우 투입예산만 놓고 보면 6조3000억원으로 농림예산의 46.1%를 차지한다. 이는 돈버는 농어업 부문의 1조7000억원, 12.7%의 3~4배나 된다. 그러나 현장전문가들은 개방화와 초고령화 등이 가속화되고 있는 농어업 여건을 감안할 때 농어가 소득 및 경영안정을 위한 직불제나 재해보험의 대폭적인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어촌지역의 복지·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방패정책 어떤 게 있나

농가단위 소득직불제 도입
경영이양직불제 확대 검토
복지·교육여건 개선도 약속


시·군단위유통회사 설립과 품목별국가대표조직 육성을 비롯한 5대 미래전략을 전면적으로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묻혀 있지만 ‘살맛나는 농어촌’ 정책, 즉 방패정책도 지속적으로 강화겠다는 게 새 정부의 설명이다. 즉, 농가소득과 경영안정, 기초생활인프라 및 경관환경개선, 복지나 교육여건 개선 등 기존의 농업·농촌종합대책이나 삶의 질 향상 대책 등을 통해추진해온 사업을 차질 없이 지속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방패 정책으로 우선 강조되는 것은 농어가유형별 특성에 따라 실효성 있는 직불제를 신규로 만들고, 기존사업을 정비해 농어가 소득안정망을 확충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즉, 농가단위로 소득의 일정부분을 직불제로 보전해주는 농가단위소득안정직불제를 도입하고, 올 상반기 중에 경관보전직불제 개편방안을 마련, 지원대상을 경관작물재배에서 농촌환경이나 문화경관 등 종합적 보전활동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고령농업인의 생활안정보장을 위해서는 경영이양직불제 대상농지를 논 중심에서 진흥지역밭까지 확대하고 지급기간 및 지급단가도 인상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지나 주택 등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월 일정액을 지급받는 농촌형 역모지기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고령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비부담경감 등 농어촌 복지·교육여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즉 농어업인에 대한 건강보험료 50%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되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율에 차등 또는 배제해 실질적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 또 연금보험료는 1인당 최대지원액을 28만원에서 33만5000원으로 다소 높였고, 농어업인 영유아 양육비의 경우에도 조손가정을 양육비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등 지원대상을 넓혔다. 아울러 농어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시 소득 및 재산평가에서 휴경이나 폐경된 농지를 재산환산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도 추진된다. 또 농어촌지역 거주 학부모의 대학생자녀를 대상으로 한 학자금 무이자융자나 농어업인 대학생자녀 장학금지원 등 교육비부담경감 사업 역시 지속된다.

문제점·개선방안은

대선 핵심공약 ‘부채동결법’ 제정 소식 감감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 예산도 턱없이 부족
농작물재해보험 대상품목·보상범위 늘려야


▲소득·경영안정 대책 말로만?=농사를 지어서 생계걱정을 하지 않게 소득을 보전해주고 재해나 부채 걱정 없이 농사를 짓도록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것은 현장농어민들의 가장 큰 바람일 것다. 그렇기 때문에 초고령화와 시장개방 등으로 국내 농어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농어가 소득안정 및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란 데는 정부나 전문가들 간에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농어가소득안정을 위한 직불제 확충의 경우 구체적인 시행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계획으로 머물러 있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뿐 아니라 경영이양직불제의 경우에는 농업계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한·미FTA지원대책 연계돼 있으며, 발동가능성이나 소득보전을 위한 효과가 낮다는 지적에도 아무런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 등 현장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악성농가부채 해소를 위한 부채동결법 제정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으나 지난 3월 있었던 농림수산식품부의 업무보고에 빠진 것을 비롯해 농정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농어민들의 부채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농지은행과 연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나 재원조달방안을 비롯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은행이 추진하는 올 상반기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에 600억원이 배정됐으나 사업신청자들이 농지를 1716억원 내놓겠다고 몰렸다. 즉, 정부가 경영회생을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관련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부채농가의 속을 태우고 있는 한 실정인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농어가경영안정을 위해 시급한 것이 재해대책이고 현장에서 나름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게 농작물재해보험이다. 그러나 재해보험대상이 아직까지 사과, 배, 포도 등 7개 품목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가 대상품목과 보상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현장농민들의 여론이다. 그리고 정부가 농가부담 경감을 위해 평균보험요율을 2007년 6.58%에서 올해는 6.13%로 하향조정하고, 보험료정부지원은 50%에서 52.8%로 다소 높였지만 여전히 농가부담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행 재해지원제도의 경우 현장농민들의 영농재개를 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농업재해보상법 도입 등 농가피해를 충분하게 복구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농민단체들의 요구다.

▲농어민 삶의 질 향상, 속도 더 내야=현장농어민들은 똑같은 대한민국민인데 농어촌에 살고 있다고 왜 의료나 복지, 교육여건 등에서 도시에 비해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며 종종 넋두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어촌지역의 의료나 복지,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각종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고 역대정부도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렇지만 도시지역에 비하면 여전히 열악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농촌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농어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농어촌 의료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농촌의 실정을 감안할 때 의료 복지 서비스도 순회 진료서비스와 같은 방식으로 제공하는 등 고령자 친화적 의료복지 체계를 구축하고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박광서 전남대 교수의 지적.

교육불평도 농어촌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도시지역 학생보다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은 농촌지역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도시권보다 학업성취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 교사들이 근무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및 도서벽지를 기피하는 것도 교육의 황폐화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2009년까지 10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한다는 정부의 방침도 농어촌교육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기숙형학교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어촌소규모학교에 대한 통폐합 방침을 폐지하고, 농촌학교에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교원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현행 정원의 4%수준인 농촌특례입학제도를 확대하고 국·공립대학의 경우 지역할당제 등을 도입해 농어촌출신학교의 대학진학율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어업과 농어촌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의미를 넘어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생물학적 다양성 제고, 아름다운 경관, 전통문화계승·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방패의 정책이 확고히 되기 위해서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어떻게 높이고 국민들에게 확산시킬 지 구체적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현장 / 농지은행에 농지 매각 이지현 씨

"17%에 달하던 연체이자 벗어나 다행이지만..."

“예기치 못한 재해로 경영위기에 몰렸지만 농지은행 제도를 통해 회생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소득이나 경영안정대책만 좀 더 확실하다면 농사지을 맛 날겁니다.”

충북 보은군 탄부면 하장리에서 하우스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이지현씨(37)의 희망이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지현 씨는 지난 2004년 일본의 유망기업에 합격통지서를 받아놓고 고향집에 들렀다가 그 길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농가부채로 온통 엉망이 돼버린 고향집을 팽개쳐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의 가정이 흔들리게 된 것은 잇따라 발생한 재해가 화근이었다. 지난 98년 보은지역을 휩쓴 수해로 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시설복구비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 풍해가, 그 다음해에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연이어 시련에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해 농사지어 번 돈을 고스란히 은행에 쏟아 부었지만 원금이 줄기는커녕 연체이자가 계속 불어났다.

“매년 2000만원 이상 갚았는데 아무리 갚아도 원금은 꿈쩍하지 않는 거예요. 부도처리하고 다 날려버리면 홀가분할 것이란 생각도 했죠”라는 게 이씨의 설명.

그런데 연2500만원씩이나 되던 연체이자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농지은행의 경영회생지원사업 때문. 이 씨는 지난 2006년 7월 경영회생지원사업을 신청, 농지은행에 농지를 매각했고 17%연체이자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금은 연6000만원 매출을 올리고 3000만원이 넘게 저축도 한다. 농지은행에 넘긴 땅도 다시 환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걱정도 된다. 도시민들의 농지투기에 주변 땅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니까 처음에는 이 사업이 정부가 농지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인 줄 알았었다”면서 “땅값이 한 20%정도 오르면 모를까 나중에 2~3배씩 오르면 절대 못 산다. 그땐 정말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 진단/ 최경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방패의 정책은 개방화, 고령화 등 현재 국내 농어업의 위기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강조되고 확대돼도 전혀 과하지 않다.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방패정책에 대한 최경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평가다. 최경환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농어촌 소득안정 및 복지정책이 형식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따라는 가고 있지만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꿔 말하면 농업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농촌의 복지정책은 농업인들이 농촌에서 생활하면서도 도시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결국 경쟁력 강화 정책이고 보강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즉 방패 정책이 강화되면 귀농과 이농 방지 등의 역할을 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고 농촌도 살맛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이 타당성과 합리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식량주권과 환경보호 등 다원적 가치를 지키는 측면에서의 농업의 가치를 국민에게 설득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최 연구위원은 역설했다. 그는 “직불제의 경우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농업인의 경우는 다원적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산업이나 영세민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직불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지원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에게 좀더 지원해 경영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세부적이고 맞춤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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