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시장은 들끓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도농간 교육·의료 격차 더 커진다

전남도가 농어촌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주립대학과 협약을 체결하고 농어촌 교육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농어촌이 농어민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함께 거주하며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농어민들이 도시민에 버금가는 소득을 갖고 교육, 의료, 주택은 물론 문화적 혜택까지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는 우려스럽기만 하다. 벌써부터 과열조짐을 보이는 사교육시장과 민간의료보험 도입 논의 등은 도농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새 정부 농어촌 복지정책

150개 기숙형공립고교 지정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융자
조손 가정에도 양육비 지원

새 정부는 대선 공약 당시 농촌지역, 중소도시, 대도시 낙후지역에 150개의 기숙형 공립고교를 지정하겠다고 했다. 교육 때문에 지역이 낙후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기숙사비는 가정형편에 따라 맞춤형 장학금을 지원하고, 해당 지역 학생들을 우선 입학시켜 도농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농어업인의 교육비 부담도 줄인다.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의 대학생 자녀 2만6000명에게 816억원의 학자금을 무이자로 융자해 준다. 또한 농어업인 자녀 중 성적 우수자나, 농수산 계열 대학생 중 졸업 후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길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65억원 규모의 장학금이 지원된다.

복지 지원도 확대된다. 농어업인 영유아 양육비 지원대상에서 조손가정이 포함됐으며, 영농도우미 지원제도의 경우 예산 증가(2007년 28억원, 2008년 47억원)와 함께 지원사유도 ‘사고’에서 ‘사고 또는 질병(2주이상 입원시)’으로 확대됐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시 농어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소득환산에서 제외되는 직불제 유형을 확대하는 한편, 휴·폐경 농지의 재산 환산을 제외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이다.

1인당 연간보험료 최대 지원액도 지난해 28만원에서 올해는 33만5000원까지 늘어났고, 재해공제의 경우는 3500만원(사망시)에서 올해 4500만원으로 확대됐다. 또 2013년까지는 산재보험 수준(사망시 9000만원)으로 보상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농어촌 뉴타운 조성을 통해 맞춤형 영농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자녀교육 및 복지환경 개선, 주택공급 등의 사업을 추진, 농촌 공동화 현상을 막고 농어업인이 농어촌에 쾌적하게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게 새 정부의 구상이다.

# 도농격차 줄어들까

영어교육 강화 발표에 도시선 해외연수 ‘붐’
‘학교 자율화’ 명분 입시경쟁만 더 가속 우려
의료기관 87% 시지역 편중…개선기미 감감

이렇듯 새 정부가 다양한 농어촌 복지정책을 내놨지만 우리 농어촌의 현실을 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의 2008 농업전망에 따르면 농촌지역 주민의 60.1%와 61.7%가 각각 교육서비스와 의료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현재 농어촌 지역의 현실. 여기에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새 정부 발표는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넘어 해외연수 붐을 일으키고 있어 도농간 교육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의료기관의 도시지역 편중현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려되는 교육정책=누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대선공약은 이미 영어 사교육시장을 들끓게 해 놓았다. 또한 총선 직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도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방 교육 자치를 내실화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0교시부터 한 밤중까지 모든 학교를 극심한 입시경쟁으로 내몰 것이란 건 불보 듯 뻔하다. 새 정부의 대선공약 중 하나인 기숙형 공립고등학교 지정도 마찬가지. 해당 지역 학생들을 우선 입학시키고, 가정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지원해 하겠다고 하지만, 교육의 본질을 떠나 학생들을 무분별한 성적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학입학 전형을 대학자율에 맡기는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도 문제. 한 때 공주시 탄천면에 살았던 농민 송 모 씨는“아이들을 공주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는데 새벽에 일어나 면소재지까지 걸어 나가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이 너무 안스러웠다”며 “그래도 그 땐 내신성적만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간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면 우려스럽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자율경쟁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교육 여건에 비춰볼 때 도농간 교육격차를 더욱 벌여놓는다. 농업인 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 수준에 8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교육비를 지출하기란 쉽지 않은데다, 학원은 물론 인터넷 등 교육인프라도 제대로 깔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편중 심각=보건복지가족부의 ‘의료기관 및 병상 현황(2007년 12월 현재)’을 보면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5만2914개 가운데 87%인 4만6057개가 시 지역에 편중돼 있고 나머지 13%인 6857개가 군 지역에 위치해 있다.

더욱 문제는 농업인들이 도시민들에 비해 각종 사고와 질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농림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률이 62%로 비농업인의 25%에 비해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인력 부족으로 농기계사용과 농약 등의 사용은 증가하는 반면, 농작업으로 생명을 잃거나 장애인이 되는 신세로 전락해도 도시근로자들처럼 산업재해보험법에 적용받지 못하는 신세다.

또한 마을에 있는 보건진료소에는 물리치료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해 농업인들의 치료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진군의 농업인 강 모 씨는 “면 보건지소에는 한의사나 양의사, 치과의사 중 한명만 배치돼 있어 노인들이 특히 많은 농촌사람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농촌지역의 의료시설 부재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더욱이 농어촌 의료 현실이 이러한데도 새 정부가 들어서자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만이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통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 직접나서 영어교육 양극화 해소

 새 정부의 농어촌 복지정책만으로는 농어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교육겴퓐?부문에서 도농 간 격차를 줄이고 살맛나는 농어촌, 돌아오는 농어촌으로 만들려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 무료영어캠프

전남도의 각 지자체에선 영어캠프, 영어타운 등을 개설해 농어촌지역 학생들의 영어능력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사업으로 미국 자매도시를 활용한 전남도의 영어캠프를 들 수 있다. 도는 지난해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주립대학에 이어 올해 미주리주 주립대학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 대학에서 양질의 원어민교사를 지원받아 농어촌 무료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농어촌학교 원어민 강사에도 이들이 투입된다.

순천시도 ‘순천 국제화교육특구’ 사업의 일환으로 방학을 이용해 영어캠프를 열고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 학생들이 먼 거리에서 통학해야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기숙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교재비, 식비 및 숙박비 등 비용 일체를 지원, 영어교육 양극화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에 크게 기여하며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와 순천시가 방학 등 특정기간을 이용해 영어캠프를 운영한다면 무안군은 연중 영어교육이 가능토록 ‘무안영어타운’을 개원했다. 영어타운은 출입국심사 및 레스토랑, 백화점 등 총 8개 영어체험실로 꾸며져 있으며, 멀티미디어학습실과 교사연구실도 갖췄다. 군은 점차적으로 지역민과 학부모에게도 영어체험 교실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산부·노인 등 응급환자 도우미제 주목

119이송도우미제

전남도소방본부는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는 농어촌지역의 현실을 감안해 농어촌지역 임산부를 대상으로 ‘119이송도우미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거나 거리가 멀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농어촌지역 임산부를 대상으로 집에서 병원까지 이송하고, 진료가 끝나면 다시 집으로 이송해주는 서비스다. 전남도내 22개 시군가운데 무안, 신안, 담양, 보성, 진도 등 8개시군에 산부인과가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임산부들에겐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도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곡성군은 올초 치매, 중풍 등 으로 수발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게 가정봉사원파견, 주간보호, 단기보호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옥과면 주산리에 심청노인복지센터를 열었다. 또 고흥군에서는 각 마을별로 환자발생시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마을생명도우미’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독거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심폐소생술’이나 ‘출혈대체능력’을 갖춘 마을생명도우미의 역할이 더욱 커 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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