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도 없는 축사…여기저기 널린 분뇨…더러운 급수기

미산 쇠고기가 인천항을 통해 한국에 상륙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소비자 및 생산자단체 등에서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미국을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은 상반되기 때문이다.지난해 여름 미국 네브래스카 지역의 5개 비육농장을 다녀온 안수남 평창축협 상무의 말을 통해 미국 현지 생산농가의 문제점 등을 살펴보자.

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소들이 먹는 물통에 쓰레기가 떠 있는 등 농장의 위생·관리 상태가 상당히 엉망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 "엉망인 위생·관리상태, 기막혀" ▲다녀온 소감은. =지난해 7월 평창축협 조합원들과 함께 미국 네브래스카 지역의 비육농장과 도축장 등을 보고 왔다. 다녀온 농장들은 약 1만두부터 수십만두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미국 농장들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직접 옥수수 등을 구매한 뒤 농가별로 자가배합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사료공장처럼 배합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관리는 상당히 엉망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직접 본다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사에는 지붕이 없어 뜨거운 열에 소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분뇨도 치우지 않은 채 소들이 그 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사료 원료도 자연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오염될 소지가 많다. 현재는 미국에 대한 일반인들의 동경을 잠재우고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연맹 등의 소비자단체와 농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연간 20회 이상 강의를 하고 있다. 분뇨 안치우고 12~15개월 방치출하하면 말린 후 바닥에 깔아 ▲미국 사육농장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은 농장을 방문하면 보통 초지에 있는 번식우 농장만 보여주고 비육우 농장은 공개되지 않는다. 초지에서 번식우와 송아지들이 한가로이 있는 모습만 본 소비자들이라면 미산 쇠고기가 깨끗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엉망인 비육우 농장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농장에 들어설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과 달리 지붕이 없다는 점이다. 온도가 높이 올라가도 소들이 피할 곳이 없어 열사병으로 죽어나간다고 한다. 1만두 규모의 농장이라면 미국에서는 작은 곳인데도 그만큼 관리가 안된다고 보면 된다. 죽은 소들은 소수의 관리자들이 치우는 게 전부이다. 한국처럼 분뇨를 치우지도 않는다. 오줌과 똥이 군데군데 널려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들이 먹는 급수기도 꽤 더러운 상태지만 그 누구도 청소하지 않는다. 군을 이룬 소들이 사육기간동안 배출한 분뇨는 계속 방치돼 한 쪽에 쌓이게 된다. 12개월~15개월 비육장에서 사육된 소들이 출하하면 분뇨를 말린 후 기계로 농장 바닥에 다시 깐다. 나오는 양이 방대하다보니 치울 곳도 없어서 그렇게 처리하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미국의 소 사육농장은 야생상태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관리하는 부분은 사료공급과 출하 후 분뇨 정리 정도이다. 30개월 미만 연령 관리 어렵고도축때 바코드 떼내 확인 불가 ▲도축장은 어떠한가. =다녀온 곳은 1일 6000두 규모의 카길 소유 도축장이다. 보통 미국에서는 가장 좋은 등급인 프라임급은 국내에서 소비하고 그 다음 단계인 초이스급을 수출한다. 규모가 크다보니 한국처럼 거세가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은 살코기만 먹기 때문에 나머지 부산물은 폐기 처리해야 하지만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1996년까지 동물성 단백질 사료를 먹여온 것이 사실이다. 30개월 미만의 소를 한국이 수입한다고 하지만 연령 관리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사실 확인이 어렵다. 현재 미국은 바코드를 부착하지만 도축할 때 떼어버려 확인할 수 없다. 학교 급식만이라도 공급 차단국산 품질제고·소비촉진 홍보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학교급식의 경우 단가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저렴한 미산 쇠고기가 유입될 소지가 높다. 아이들은 선택할 권리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미산 쇠고기를 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미산 쇠고기가 아닌 한우를 먹고 자랄 수 있도록 학교급식만이라도 한우만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생산농가들도 항생제 관리 등을 철저히 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제품 생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 한우협회는 자조금을 활용해 쇠고기의 홍두깨, 우둔, 설도 등의 부위가 노화방지, 치매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각해 알려야 한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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