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이 본사 대표이사

정부가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다. 광우병 안전성 논란과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의 내용을 확정, 고시한 것이다. 정부는 미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는지 모르지만 이는 한 가닥 남은 국민들의 희망마저 짓밟은 행위로 지금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개정할 수 있는 기회마저 정부 스스로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고시 강행으로 검역주권 포기

정부는 이와 관련 “국민들의 불안을 감안해 협정문 부칙 6항에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조항을 명문화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부칙 6항에는 ‘한국정부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및 세계무역기구(WTO)의 동물위생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언뜻 이 조항을 보면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부칙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남아 있다.

수입위생조건 협정문 본문 5조에는 여전히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하향 조정하지 않는 한 우리 정부가 WTO에서 규정한 주권국가로서의 검역주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부칙보다 협정문 5조가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느냐가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수입위생조건 5조를 삭제하든지 아니면 2006년 수입위생조건과 같이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해야 실효성 있는 검역주권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후속대책도 실효성 없어

특히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 대책과 국내 축산물 안전관리 및 축산업 발전 대책도 성난 민심을 달랠 현실적 묘책은 아니다. 정부 정책을 자세히 뜯어보면 실효성이 의문시될 뿐 아니라 대부분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이라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사실 검역주권 확보와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대책 중 하나는 쇠고기 수입업체 관리대책이다. 물론 쇠고기 완전개방시대에 수입업체들을 관리 감독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 있지만 이들의 생각과 마인드가 쇠고기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미산 쇠고기를 구매하는 업체들 대부분은 과거 쇠고기 완전개방 이전에 동시매매입찰제도(SBS)에 참여한 이른바 슈퍼그룹 회원사들이 대부분이다. 미산 쇠고기 수입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로비활동이 이번 쇠고기 협상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수입업자 움직임에 촉각 세워야

이들은 지금은 국민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안전한 미산 쇠고기 수입에 앞장서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미산 쇠고기 구매를 위해 당분간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국민건강, 축산농가는 조금도 생각치 않고‘돈’만 벌면 된다는 그릇된 행위가 횡행할 것이다. 미산 쇠고기 수입의 내부의 적은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산 쇠고기 수입업자들이 정말 국익을 위한다는 생각을 갖고 구매에 참여한다면 검역 주권을 되찾을 수 있는 묘책이 될 수도 있다. 내달부터 모든 식당·단체급식소에서 시행되는 쇠고기 원산지표시 의무화 제도의 조기 정착도 이들의 협조와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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