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의 엄마하고 나하고

치매 치유의 한 방법으로 모성을 강화하는 내 시도가 뜻하지 않은 쪽으로 진행 된 때는 작년 여름이었다.

피붙이 자식에 대한 애틋한 보살핌과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내 ‘모성 되살리기’가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을 때 내 눈에 고양이가 띄었다. 가끔씩 우리 집에 출몰하는 도둑고양이를 길에서 만났는데 얼핏 보기에도 배가 불러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생선토막을 마루에서 잘 보이는 앞마당에 놔두었는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생선토막이 어느새 없어져 버렸다. 또 생선을 한 토막 잘라서 같은 데 놔두고는 어머니를 마루로 나오시게 하였다. 마루에서 소일꺼리를 가지고 시간을 보내시던 어머니 눈에 고양이가 띈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거 봐라. 저거 봐라. 괭이다.”

비밀스런 큰 발견이라도 한 듯 속삭이는 말투의 어머니 목소리에 모른 척 하고 어머니 곁에 가 앉았다.

“아이가. 배부른 것 봐라. 새끼 뱄구나.”

“고양이네요? 도둑 고양이구만요.”

분명 옛날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갓난 애 울음 같다고 유난히 싫어하시던 모습과는 달리 새끼 밴 고양이여서인지 아니면 치매가 생기면서 모성성이 커진 것인지 또는 모성 강화훈련 덕인지 알 수는 없었다.

생선 한 토막을 물고 쏜살같이 도망가는 고양이를 쫓아 목을 길게 빼고 어머니는 “어디로 갔노? 이기요. 거기서 먹지 않고 어대 갔노?” 하셨다. 어머니는 밥 때 마다 고양이 먹이를 챙겼고 내가 밖에 일 나갔다 들어오면 고양이 이야기를 하셨다.

“그기요. 생선을 먹다가 파리가 앵앵 하니까 파리 잡을락꼬 앞발로 휘익 하는데 하하하. 요리 휘익, 저리 휘익 하하하하.”

어머니 웃음에 감염되어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그란닥꼬 파리가 저한테 잡히나? 폴짝 뛰드마는 뒤로 쿵 자빠졌다 아이가 하하하하.”

어머니는 웃다가 고양이처럼 뒤로 넘어 가셨고 나도 폭죽처럼 터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고양이 세수 오찌 하는지 아나? 요렇게 싹싹 두 발로 주디부터 닦는기라. 생선을 다 먹디마는 두 발로 입가를 싹 닦고는 나를 쳐다보길래 매르치 대가리 던져 줬더니 그거 묵꼬 또 세수 하는기라. 하하하. ‘너는 하루에 세수 몇 번 하노?’ 그랬디마는 ‘오앵 오앵’ 하대. 하하하하.”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도 그토록 웃는 걸 보면 고양이가 파리 잡느라고 공중제비를 넘을 그 당시에 어머니가 어땠는지는 상상이 되었다. 신기한 공연을 구경하는 기분이었을까? 승패를 점 칠 수 없는 경기를 보는 기분이었을까?

멸치를 사와서 어머니 손에 쥐어 주면서 고양이 오면 좀 주라고 했다. 오래지 않아 어머니 손바닥까지 와서 멸치를 날름 물고는 달아나는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내 손바닥에는 고양이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손을 내밀면 덥석덥석 물고 갔다. 어머니는 그걸 더 신나 하셨다.

고양이를 통해 암시를 받은 나는 닭 두 마리를 샀다. 곧 알을 낳을 좀 자란 닭을 샀는데 달구둥지를 호박돌 옆에 만들어 놨다.

방문을 옆면 바로 코앞에 있는 이 호박돌은 전주시내까지 가서 고가구 점에서 사 온 것이다. 어머니의 모성성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면서 어머니가 젊었을 때 쓰시던 물건들을 여럿 구해서 마루와 방에는 물론이고 마당에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이 호박돌은 그 중 하나다.

술 만드는 용수도 있고 가마니 짜는 바디와 챙이, 쇠죽 끊이는 갈코리 등도 걸어 놓았다.

치매 있으신 분의 특징이 익숙한 것에 안정감을 갖는다고 해서다. 마늘을 찧거나 콩을 갈 때 일부러 믹스기를 안 쓰고 호박돌을 이용하면서 어머니를 마루로 나오시게 해 구경하게 했다. 떡메를 쳐 가며 인절미를 여기서 만들기도 한다. 옛 도구 뿐 아니고 어머니 친정 마을에 가서 사진을 찍어 와 방에 걸어 두기도 했다.

호박돌 옆 달구둥지에 닭이 들어가 알을 낳기 시작 할 때 쯤 고양이는 새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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