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수입밀 구매·판매, 재배농가에 이익금 투자

한국의 2006년 기준 밀 자급률은 0.3%인 반면 일본은 14%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1인당 밀 소비량이 30kg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점과 가공적성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점이 비슷하지만 현저한 자급률 차이를 나타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coop생협연구소가 지난 20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오항식 iccop생협연대 사무처장은 ‘일본의 밀 자급률 14%에서 배울점’이란 주제로 일본의 밀 정책을 설명했다.

농협 등 전국 300여 곳에 ‘산지협의회’ 설치
후계자 육성·생산·신품종 재배 등 계획 수립
정부, 각 지역별 맞춤 품종 개발·재배 지원도

▲일본밀 현황=일본은 일본 내 전체 밀 소비량 598만톤 중 수입밀 514만톤, 일본밀 84만톤을 소비해 14%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밀 생산량 91만톤, 재배면적 20만9000ha로 2000년에 비해 생산량 32%, 재배면적 15%가 증가했다. 북해도 밭농사지대에서 저노동력 투입형 안전적 다수확 재배기술이 확립된 것과 생산자의 재배의욕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밀도 수입밀에 비해 단백질량이 고르지 않고 회분량이 많아 제분에 어렵고 수분 등 가공적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늘 받아서 제분업자들은 국산 밀을 회피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 한국의 밀과 비슷하다.

그러나 북해도 농업기술센터가 제빵용 밀로 품종 개량한 ‘키타노카오리’를 10년에 걸쳐 연구해 단백질과 회분함유량을 제분회사 등 수요자가 요구하는 기준치에 적합한 고품종 개발에 성공했고 밀 생산량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제분회사는 120개이며 대형업체 4개사가 전체 취급량의 73%를 차지한다. 나머지 연간 3만톤 이하를 처리하는 중소형 제분회사들이 지역에서 ‘지산지소’형 국산 밀 제분을 담당한다.

▲일본의 밀 정책=일본은 1994년에 제정한 ‘주요식량의 수급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밀을 주요 식량으로 간주하고 국가가 해외수입밀의 구매 및 일본 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 산지에서 주요 종합상사가 밀을 구매하면 이를 정부가 사들여 보통 구입가격의 1.5배 가격으로 일본 국내 제분회사에 재판매하고 있다. 이 국가무역제도를 통해서 얻어진 이익을 국내 밀 재배농가에 대한 조성금으로 사용해 일본밀 생산을 유지, 확대하고 있다.

또한 농협 및 행정기관 등이 결합한 ‘산지협의회’를 전국 300여 곳에 설치해 각 지역의 밀 생산 과제와 대응 방향을 설정한 ‘산지강화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후계자 육성과 조직적인 생산, 신품종 재배 전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산지의 자발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제3기관인 ‘농업시험연구 독립행정법인’은 각 지역별로 입지 및 기후조건에 맞는 품종을 개발, 재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동북지방은 일본면용 밀이 2품종, 북해도는 일본면용 밀 1품종, 빵용 밀 3품종이 개발돼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다.

오 사무처장은 “한국은 연간 1만톤의 밀도 생산하지 않고 있어 높은 자급률을 유지하는 일본의 사례는 밀 재배와 소비확대를 위한 국가의 정책적 노력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유재흠 하서미래영농조합법인 상임이사는 “실제로 밀 재배를 하면서 보리보다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습기에 강한 밀종자 개발이 필요하다”며 “밀은 수발아 현상이 심하므로 수확기에 이른 장마가 오면 수확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문제도 있어 적정한 기술 개선이 돼야 밀 재배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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