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쇠고기 국내 상륙

미산 쇠고기가 2년10개월여만에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수입물량은 약 9톤으로 쇠고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구정 전후를 기점으로 수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축산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미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채 수입이 시작되자 소비자단체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쇠고기를 선택해 먹을 수 있는 제도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급식 및 식당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섭취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또한 정부 검역과정에서 드러난 허점과 이를 국내 수입업체와 미국 수출업체가 교묘하게 악용하는 등 한국은 미산 쇠고기 공포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미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향후 수입 전망, 소비자들 반응 등에 대해 분석한다.

미산 쇠고기가 지난달 31일 약 3년 만에 수입 재개되자 축산 및 소비자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수검원, 4회 차부터 5%만 무작위 검사 밝혀첫반입량 9톤, ㎏당 4만원선 식당 납품 추정미 메이저 수출업체 "뼈포함" 압력 계속될듯 ▲현황=2003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미산 쇠고기가 약 3년여만에 지난달 10월31일 오전 9시30분 미국 Cargo 360 N301JD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캔자스주 아칸사스시에 위치한 크릭스톤 팜스 작업장에서 국내 메이저 수입업체인 P업체가 네르프㈜를 통해 꽃갈비살, 살치살, 윗등심살 등을 수입한 것이다. 크릭스톤 팜스 작업장은 미국내 수출 작업장 중 소위 3류로 분류되는 작업장으로 2003년 12월 수입 중단 전에도 한국 수출 물량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물량은 소규모 몇몇 업체가 나눠 시장에 유통시킬 전망이고 가격은 살치살 프라임급의 경우 kg당 4만원선에서 식당에 납품될 것으로 추정된다. ▲왜 9톤인가=한미간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생후 30개월 미만 소의 뼈 없는 살코기로 한정돼 있고 국내 소비자 및 축산단체가 도축과정에서 살코기 등에 뼈가 묻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하면서 미국 수출업체들은 그동안 수출을 보류해왔다. 자칫 뼈조각이 포함된 제품이 수출될 경우 기업 이미지 하락은 물론 어렵게 개방한 수출시장이 다시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물량이 시장 상황 파악을 위한 미끼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수출업체들의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입업계는 당분간 10톤 미만의 소량 물량들이 2~3차례 정도 더 들어온 후 수입물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검원이 첫 회에는 전수검사를 실시하지만 4회차부터는 전체 상자의 5%만 무작위로 추출해 검사하기 때문이다. 그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식이다. 실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9월 30일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수입유통업체의 검역절차를 점검하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1회차 물량은 전수 검사, 2회차 뼈 혼입 가능성 높은 부위가 포함된 상자 검사, 3회차 SRM 혼입 가능성 높은 등심, 채끝 등 4개 부위 포함된 상자 검사, 4회차 전체 상자의 5% 물량 무작위 추출 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축산 및 소비자단체는 전수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1일 성명서에서 국내 쇠고기 수출국가 중 광우병 발생국은 미국이 유일하다면서 정부가 4차 수입물량부터 5%만 검사하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미국이 대규모 물량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선 한우협회 부장은 "이번 9톤이 수입된 후 5톤 등 소량물량이 몇 번 들어올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정부가 5%만 검사하기로 하면서 미국 수출업체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안전성 확보가 이뤄지기 전까지 전수조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수입 방향=미국의 메이저 수출업체와 국내 주요 수입업체들은 당분간 미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 대신 미국 메이저 업체들과 미 농무부는 갈비 등 뼈가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지속적인 압력을 취할 것이고 수출은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소량씩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수입 재개는 정부의 검사 수준이 전체 물량의 5%로 감소할 시점인 내년 구정 전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미산 쇠고기를 주로 취급했던 A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메이저 수입업체들끼리 올해까지는 미산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우리도 구정 이후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한' 광우병 공포 ▶미국선, 검사 허술·육류사료 급여 여전 KBS 일요스페셜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미산 쇠고기 보고서'가 지난달 29일 방영된 후 미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게리 달 미국 농무부 도축장 검사관은 방송을 통해 "검사관이 도축장에서 1시간에 340두, 큰 곳은 400두를 검사하고 수석 검사관이 이빨을 보고 나이를 판별하는데 실수를 피할 수 없다"며 미국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증언했다. 한국 정부는 사료 교차오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죽은 소를 갈아 돼지와 닭에게, 죽은 돼지와 닭을 소에게 급여하는 미국의 현재 시스템상 광우병이 종을 넘어 교차오염될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참고로 소의 경우 살코기 성장속도를 높이기 위해 하루 평균 약 0.45kg의 재처리된 육류사료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농림부가 방송 이후 발표한 '미산 쇠고기 안전성 전혀 문제없다'는 반박자료에 대해 김대진 씨는 "모든 유통과정을 완벽히 관리 감독하고 있는지, 중간에 속여팔기·끼워팔기를 전부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봉철 씨도 "정부가 미국에 직접 가서 확인을 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수입이 되면 쇠고기 먹기를 원치 않아도 먹어야 하는 기본적인 먹거리 선택 권리마저 침해 당하는 만큼 국민이 납득할 만한 행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내선, '뼈조각 검출기' 정확도 떨어져 농림부가 미산 쇠고기 살코기내에서의 뼈조각 검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식육이물검출기 활용을 지시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수입물량 9톤을 이 기계를 통해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검출기의 검사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져 정부 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박홍수 농림부장관 앞에서 진행된 식육이물검출기를 활용한 뼈조각 검출 시연회에서도 15kg짜리 10박스에서 뼈조각을 검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2mm 크기의 뼈조각을 넣고 기계를 가동하자 처음에는 확인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에는 냉장육 상태의 쇠고기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도 검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상황에서 냉동상태인 이번 수입물량에서 뼈조각을 검출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 경기지역 쇠고기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검출기를 사용하더라도 뼈처럼 고기가 언 상태에서 뼈를 찾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전수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냉동육이기 때문에 눈으로도 어렵고 손으로 만져도 얼어서 확인이 어려워 제대로 검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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