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채 전 한국농업대학장

지금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확대개방에 직면하여 광우병 위험에 따른 쇠고기협상의 재협상 등 수입 찬반논쟁이 뜨겁다.

1996년 영국의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입량은 44%나 감소했었고 2001년에도 유럽의 광우병 파동 때 수입이 54%까지 떨어졌던 기록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1년도 안되어 정상으로 회복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의 파동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시간만 모면하면 문제가 풀어질 것으로 보는듯한 임기응변식 정치적 대처에 불안해진다. 문제가 발생하면 불안에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람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물질을 원인은 그대로 두고 시간이 지나고 발생이 없기만을 기대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원인이 연구, 규명되고 그에 따른 대책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위험한 동물성사료 계속 생산

광우병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도축부산물 중 위험물질(SRM)을 섞어 넣는 사료 때문이라고 알고 있으면서 왜 그런 사료를 계속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 사료를 만드는 회사는 무엇 때문에 국제적인 비난도 밀쳐버리고, 어떻게 그와 같은 사료를 만들어 공급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일까?

광우병이 발현되기 이전까지는 동물성 단백질을 섞은 사료를 먹이면 소가 살도 빨리 찌고 고기도 연하고 맛있어 소비자가 선호하게 되는 좋은 동물성 사료로 애용되었다. 특히 이것은 소도축시 나오는 부산물의 처리 비용을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편리하고 쉬운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동물성 단백질사료 원료로써 생선이나 닭고기 부산물 등의 다른 원료가 있지만 양도 적고 비용도 많이 들어 대량생산체제인 사료회사의 구미에 맞지 않고 어차피 비용을 들여 버려야할 도축부산물을 다시 사료로 넣는 것이 손쉬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료회사들은 위험물질인 도축부산물의 사료삽입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며 그에 따른 위험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인간적인 독점 사료회사의 횡포가 아닐까.

사료회사가 위험물질의 삽입을 포기하고 안전한 동물성 사료만 활용하는, 그래서 사료가격이 좀 더 비싸지더라도 수익감소를 감내하겠다면 모든 것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쇠고기의 광우병위험은 위험한 쇠고기를 생산해놓고 그 위험을 피해가려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위험물질이 만들어지는 사료체계를 바꾸어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료독과점 기업 ‘욕심’ 때문

이제는 돼지나 닭의 사료에 그 위험물질이 들어가고 그것을 소 사료에 넣게 되는 교차발생 위험까지도 차단하기 위해 일정기간 소의 도축부산물을 모두 폐기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광우병(BSE)이 사라진 뒤에 소의 도축부산물을 돼지나 닭사료에 쓰고 소의 사료에는 안전한 생선이나 도계부산물만을 쓰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광우병은 아무리 낮은 발병확률이라도 그것이 완벽하게 예방되지 않으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광우병 위험에서 자유로운 사회로 가기위해 우리 정부의 노력은 물론 전 인류의 협력이 필요하다.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다 한우고기도 타격을 입었으며 덕을 본 것은 돼지고기, 닭고기 등 대체 소비재였다. 그런데 이제 그것들마저 교차발생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동물성 식품의 대체재를 만들어내야 할 것인가.

안전한 사료 개발·연구 나서야

이제는 필요하다면 안전한 동물성 사료를 연구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인체에 좋다는 지렁이를 사육하여 동물성 단백질 사료원료로 쓴다든가 보다 더 생산력이 강한 새로운 사료원료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한 사료연구와 사료원료의 개발은  지금 식량과 사료로 돈을 버는 사료독과점 기업들이 책임져 주어야 한다. 

지금의 광우병위험 쇠고기수입 논란에 그 원인제공자는 빠져있고 소비자와 관련 공직자들만이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광우병위험 쇠고기 문제는 위험물질을 사료에 첨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 된 것이므로 그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들이 이 논란의 주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이후부터 사료기업들은 가축사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와 개발에도 신경써야하며 계속 투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는 것이 기업의 사회책무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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