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원료 사용 유도…농가소득 제고와 연계 ‘핵심’

정부가 제시한 외식산업 육성과 한식세계화, 식품 클러스터 등이 효율성을 가지려면 국산원료 소비촉진과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농업정책의 핵심가운데 하나가 식품산업 육성이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식품정책을 농림부로 일원화하고 명칭도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꿨다. 지난해 연말 농림부가 마련한 식품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로 마련했다. 오는 6월 28일이면 법이 발효되고 정부도 세부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산업 육성정책이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국산원료 사용확대를 통한 농업인들의 소득과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식품제조·외식산업 육성 152조 지원
소규모 식품제조·판매 시설기준 완화
MMA쌀 공급가, 밀가루 수준으로 인하


▲새정부 식품정책=농식품부가 지난달 대통령에 보고한 식품정책은 크게 세 가지다. 식품제조업 활성화와 외식산업 육성·한식세계화 및 쌀 가공식품 시장확대로 요약된다. 농어업과 식품산업의 융·복합화로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2012년 농·식품 수출 6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기존 농업생산액 42조원을 포함해 식품제조 49조원와 외식산업 51조원 및 수산 10조원 등 152조원으로 이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에 맞춰진다.

식품제조업의 경우 고추장과 된장, 간장, 김치, 천일염, 젓갈 등 6대 전통·발효식품의 세계명품 육성이 우선된다. 다음은 국가 식품R&D 허브로 전북에 국가 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아울러 '1시군 1특산식품 클러스터' 140개 조성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발효식품과 고기능성, 친환경, 포장,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미래성장형 핵심식품 기술에 R&D를 집중 투자한다. 민간자본인 농업전문드와 농협사모펀드의 식품기업 투자도 2007년 600억원에서 2012년 2300억원으로 확대한다. 농어가 소규모 식품가공·판매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추진된다. 농어업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식품제조·판매업'을 신설해 시설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또한 외식산업 육성을 위해 식재료 계약생산과 산지 직배송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식재료 중개센터'를 개설하고 계약 생산자금을 융자한다. 산지 식재료 가공시설 및 집중조리시설(CK)을 설치하는데 올해 신선편이 농산물 가공시설 5개 시범실시에 이어 연차적으로 늘린다. 한식세계화를 위해 300종에 대한 조리법·명칭을 표준화하고 국가별·지역별 대표 상차림·메뉴를 개발해 홍보 보급한다. 해외 한식당 인증제를 도입하고 해외진출 지원도 병행된다.

쌀 가공식품 시장확대는 의무수입쌀(MMA)을 국수와 라면에 활용토록 밀가루 가격으로 인하하고 가공업체 시설현대화를 지원한다. 국산쌀 제품은 기능성과 고급제품으로 차별화 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 연계와 제도정비=전문가들은 정부의 식품정책이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확실하게 전제하면서 제도정비를 아울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수산·식품을 포함한 생산규모 152조원을 내세우기에 앞서 국내 산지와 연계한 농축수산물의 소비활성화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기존 농업분야 예산으로 일반 식품업체에 자금만 지원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정부 방안은 식재료 가공시설 운영과 직거래 확대로 국산 농수산물 소비촉진을 꾀하는데 모아진다. 식재료 중개센터와 신선편의 농산물 가공시설 설치 지원 등이다.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농·식품 연계를 위해서는 산지 전처리시설 지원과 함께 1차 가공품을 식품업체나 외식, 학교·단체급식, 호텔 등에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고 국산 농산물의 고급화·차별화 및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 식품가공업체의 국산원료 사용비중이 90년 84.3%에서 2003년 67.6%로 감소한데 반해 수입원료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32.4%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입 식재료와 비교한 가격차이 극복도 과제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전처리 냉장·냉동 식재료 수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식품업체의 국산원료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농가 생산비 보전을 통한 저가공급이나 국산원료 사용업체에 대한 세제지원 등의 메리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지 식재료 가공시설 등을 지원하고 식품업체 구매를 연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가격을 이유로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헌목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업정책연구소장은 "식품업계가 국산 농산물을 사용토록 자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국산을 사용하든 수입산을 사용하든 강제할 수 없어 효과를 얻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농식품부의 식품정책 추진체계 정립이다. 식품정책 추진과 함께 전통식품·외식산업·농식품클러스터팀으로 구성된 식품산업육성TF를 발족시켰다. 향후 식품국 설립까지 감안한 조직편제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TF무용론' 한마디로 간판이 내려지고 4급 이상 팀장들은 교육대상자로 내몰린 데다 남아있는 직원들도 돌아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됐다.

식품산업팀과 식품진흥팀에서 업무를 인수한다고 당초 팀 체제 기능의 축소에다 추가인력 배치도 어려워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무인수에 따른 인력과 조직증편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식품관련 제도정비도 시급하다. 식품산업진흥법에 농·식품·수산관련 식품을 통합해야 하는데 수산식품은 별도의 법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동필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33개 식품관련 법령이 8개 부처로 분리 관리되는데 이를 통합하는 것은 물론 농식품부 내에서도 수산 등의 식품업무를 통합해 식품산업진흥법에 묶을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식품 안전관리 일원화이다. 식품위생법에 의한 안전관리 업무를 별도기구로 농식품부가 관장하는 방안이 강조된다. 정운천 장관도 식품업체 간담회에서 1∼2년 이내 식품안전 업무의 농식품부 이관을 천명했지만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식품산업 육성과 안전관리를 함께 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농·식품 연계 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가 되든 안전 업무를 농식품부가 관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책의 구체화와 산지가공·전통식품 육성=농식품부가 제시한 식품정책은 업무보고 1달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6월 28일 식품산업진흥법 발효에 맞춰 구체적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는데 6월 20일 발표한다"고 전했다.

국가 식품클러스터 추진단은 4월 7일 결성키로 했으나 아직도 미정이다. 국가 식품클러스터 는 2012년까지 전북에 6300억원을 들여 국내외 식품기업과 연구소 등을 입주시키는데 식품업체들이 메리트가 없으면 입주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단순한 연구단지에 그칠 것이란 우려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클러스터를 무관세 지역으로 하든지 국산원료 사용업체에 대한 기술 무상지원이나 세제지원 등이 없으면 입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식세계화도 마찬가지다. 한식세계화는 전통음식 문화 정립과 전파라는 점에서 의미를 인정하지만 국산 식재료 수출과 얼마만큼 연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일 한식의 세계 5대 음식화 전략을 내걸고 '한식세계화포럼'을 발족시켰다. 조리에서 마케팅 및 국가별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최지연 농경연 기조실장은 "정부가 제시한 프랜차이즈의 세계시장 진출과 한식 세계화는 연계성이 낮다"며 "외국의 한식당을 조사해 인증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은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산지가공과 전통식품업체의 활성화가 강조된다. 이는 89년부터 2005년까지 1111개 업체에 시설자금 3000억을 지원했고 매년 원료수매 자금을 융자하고 있다. 이번 정책에도 소규모 농어가 가공업체의 규제완화를 통한 판매지원이 포함된 만큼 산지·전통식품 육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통가공식품협회 이병달 회장은 "회원사들은 1차 생산에서 2차 가공 및 3차 유통을 거치는데 서울·수도권 시장진출을 위한 물류장애를 겪고 있다"며 "전통식품 통합물류센터를 설립해 예냉·저온저장 기능에서 냉장·냉동·급냉·소분 등의 다양한 기능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 통합브랜드와 통합마케팅으로 교섭력을 높여 농·식품 1·2·3차 산업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식품은 향토문화와 연계한 소비촉진도 강조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산지가공·전통식품은 로컬문화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향토문화와 연계해 소규모 맞춤식 틈새시장을 개발하면 얼마든지 성장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동필 박사도 "농·식품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장소마케팅이 중요한데 음식과 장소를 축제와 연계해 향토음식을 판매하면 생산비 극복이 가능하다"며 "이제는 '로컬푸드'라는 식육교육으로 인식을 재정립할 것"을 주장했다.

#현장/ 안성떡방

“다양한 전통 떡 공급 확대, 국산쌀 소비 활성화 앞장”

경기도 안성에 있는 안성떡방㈜은 전통떡을 통한 국산쌀 소비촉진에 앞장서는 업체이다. 

경영 책임자인 최동열 상무는 "이명박 대통령의 쌀국수 한마디로 쌀 가공식품이 주목받고 있는데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1주일 한번 정식 메뉴로 국산 쌀로 만든 떡국을 먹는 것이 소비촉진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세계화 등의 전통식품 육성도 국내 소비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최 상무는 "정부가 최근 쌀국수 개발에서 아침밥 먹기 운동과 도시락 싸기 등의 캠페인을 펼치는데 쌀 소비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떡"이라며 "현재 기업체 구내식당에 아침식사용 떡을 공급한데 이어 삼성전자와도 상담 중"이라고 전했다.

경영원칙은 국산쌀 사용과 안전성 및 고급화·차별화이다. 쌀의 경우 전량 안성 경기미를 사용하는데 지난해 300톤에 이어 올해 400톤을 예상하고 있다. 안전성은 지난 1월 떡 업계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HACCP 인증을 취득한 것과 연계된다. 원료 투입에서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단계에 걸친 위험요소 체크로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다.

제품은 떡국·떡볶이와 경단·당고·절편·찰떡 등 일반떡에서 행사용·선물용 떡과 떡케이크 등 120종에 달한다. 현재 이마트와 스타벅스, 본죽, 놀부 및 학교·단체급식 등에 '햇시루' 브랜드로 납품하고 있다. 경기도와 연계한 스타벅스 납품은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통떡의 군부대 납품을 추진중이다. 떡국은 경쟁입찰이어서 국산쌀 제품으로는 가격을 맞출 수 없는데 반해 전통떡은 사단별 구매여서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 상무는 "떡은 쌀의 특성상 일찍 '노화'되는 현상만 개선하면 세계화가 가능하다"며 "한식 세계화는 전통의 맛을 살려 국내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