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성/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농학박사

최근 유가와 원자재가격에 이어 곡물가격 마저 급등함에 따라 일부 동남아지역은 쌀 배급량을 줄이거나 일부지역에서는 식량 구입을 위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 곡물가 폭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곡물가격 폭등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예견돼 왔다. 그 이유는 첫째, 인구증가폭에 비해 생산량이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곡물재고율이 1986년 28.5%를 기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라는 점이다. 둘째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 산업국들의 소득 향상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가축 사육에 필요한 곡물의 수요 급증이다. 게다가 최근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곡물이 바이오 에너지 생산으로 이용돼 수요가 폭등한 데 있다.

인류학자들은 2030년에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도시화와 물 부족으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로 생산량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곡물의 수요와 공급 측면을 볼 때 식량문제는 인류에게 큰 위협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식량자급률 27%,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 5% 수준인 우리나라는 곡물가격 폭등에 안전한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기회에 식량자급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식량이 국민안전을 위협한 사례는 매우 많다. 산업화의 주역인 영국에서도 농업에 대한 인식이 낮아져 20세기 초 식량자급률이 19%로 떨어졌으며, 1차 세계대전으로 해상이 봉쇄되자 식량을 구입하지 못해 엄청난 홍역을 치른 이후에야 식량자급을 위해 50년을 넘게 투자했다. 우리나라도 1980년 냉해 피해로 쌀 생산이 감소하자 부족한 쌀 수입을 위해 국제가격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수년간 수입하지 않았던가.

지난 한 해 농산물 무역 적자액은 109억불로 반도체 흑자 규모와 맞먹는 액수다. 뛰는 국제 곡물가격을 감안한다면 향후 농산물 무역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 날 것이다. 문제는 가격폭등만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타입 쌀은 국제 쌀 유통량의 4~5%에 불과하다. 국제 쌀 유통량의 대부분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알랑미라는 쌀이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등 일부지역에 재해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돈 주고도 구입할 수 없게 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대한 대책으로 해외식량기지를 개발하여 식량안보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식량기지는 그 동안 대기업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이 시도하였다가 쓴 잔을 마신 분야다. 그 만큼 녹록치 않고 성공하기에도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감안한다면 더 손쉽고 현실적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 사례로 겨울철에 놀리는 땅을 활용해 밀이나 보리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과 북한의 농업을 돕고 농경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북한의 경우 90년 중반 이후 홍수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식량생산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기술과 종자, 비료가 지원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은 물론 안보상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고, 잉여 농산물은 우리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등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예 북한의 일부 지역을 임대해 우리의 자본과 기술로 농사 짓는 방법도 강구해 볼 만하다.

지금 배부르다고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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