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안정·안정적 조업기반 확보 ‘최우선’, 수산물 가공·유통기반 마련에도 힘써야

수협이 최근 감천항에 가공공장을 세우고 군납을 통한 수산물 대량소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수산업이 해양수산부 시대를 마감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시대를 맞았다. 올 초 대통령 인수위가 해양수산부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내놨을 때 수산업계 안팎에선 많은 논란이 일었다. 해양수산부 출범이후 어렵게 자리 잡은 종합적 해양 행정 시스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 하지만 일각에선 새로 탄생한 농림수산식품부를 통해 1차 산업인 농업과 어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새 정부 출범이후 수산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새 정부의 수산정책과 함께 풀어야할 과제를 짚어봤다.

수산자원 회복·어업인 복지 등 기존 정책 유지 전망
수산물 가공에 적합한 품목 선별·공동 브랜드 개발
군납 등 신규시장 개척…대량 소비체계 구축 시급


▲새 정부의 주요 수산정책=우선 수산업 경영자금 지원을 점차적으로 확대한다. 치솟는 유가와 인건비 상승은 어업경영에 있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모두 1조4135억원 규모(소요액의 36% 수준)의 영어자금을 지원하고, 2012년까지는 영어자금 소요액의 41% 수준으로 지원금액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수산발전기금 운용규모도 현재 6000억원 수준에서 2012년에는 1조원까지 확대한다.

수산정책보험의 경우는 올해 육상수조식 넙치를 시작으로 양식재해보험이 본격 도입된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12월 ‘양식수산물재해보험법’이 제정됐으며, 올해 넙치의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향후 해상가두리나 해조류 등 다양한 품목으로 양식재해보험이 확대된다. 이미 도입돼 운영되고 있는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험의 경우는 가입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어업인 복지와 관련 전업을 희망하는 어업인들에게는 수산업 분야내 일자리 알선 및 구인구직 정보 제공을 위한 어업인 전업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 또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어선원들을 위해 어선원 복지회관을 건립해 조업 후 휴식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산자원회복 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오던 바다목장, 인공어초, 종묘방류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지속적인 어업 생산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협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정부는 지도·경제 사업부문의 통합과 중앙회장의 비상임화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수협법 개정을 염두하고 있다. 수협도 자체적으로 지도·경제 사업 통합을 뼈대로 하는 수협법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와 함께 수협은 대통령 인수위 활동 당시 수협의 구조개편 방안을 정부 쪽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조직 슬림화와 인력 구조조정 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산정책에는 아직 새로운 변화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농림수산식품부는 유통구조개선, 핵심인력양성, 식품산업 육성 등의 주요 정책방향을 내놨지만 수산업에 대한 언급은 미미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출범한지 2개월여가 지났지만, 새 정부의 수산정책은 수산자원 회복계획이나 어업인 복지대책, 어업질서 확립과 같은 기존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어가는 수준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수산정책 방향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정책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다만,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책기조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는데 맞춰져 수산물 가공이나 유통 등 2·3차 산업과 연계한 정책들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업 부가가치 낼까=새 정부의 정책기조로 볼 때 수산업도 유통·가공 분야와 연계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옮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 1차 산업에 대한 기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또한 수산물 가공산업은 해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실제 수산물 가공처리시설의 경우 매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산량은 정체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수산물 가공시설 수는 2000년 4984개소에서 2003년 3008개소로, 2006년에는 2400개소로 점차 줄고 있다. 가공식품 생산량도 2000년 146만5000톤 2003년 135만8000톤, 2006년 154만7000톤으로 정체돼 있다.

양식어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유가상승과 함께 어업기자재 가격도 날이 갈수록 오르는데다, 사료 값도 최근 들어 15~20% 상승하는 등 경영압박 요인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소비자 요구에 맞는 양식품종을 생산하기 어렵다. 더욱이 수산물의 복잡한 유통구조 역시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양식어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참바다영어조합 관계자는 “최근 들어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가공업체의 전문성과 경영마인드 부족으로 수산물 가공산업은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유통단계 축소나 수산자원 고갈에 따른 새로운 어종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식품제조기업간 공동마케팅이나 공동 브랜드 사업 같은 협력제체를 구축해 수산 가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택 한국어류양식업연합회 회장은 “어업경영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양식 수산물 가격은 제 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 유통비용을 줄여 주는 것이 제일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양식재해보험의 경우 넙치를 올해부터 시범도입 해 점차 확대한다지만 시행이 너무 늦다”며 “태풍피해복구 보조금의 상한선이 줄어든 상황이라 재해에 따른 어업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하루빨리 양식재해보험을 확대시행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산정책 추진 과제=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실용정부 수산정책에 대한 어업인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식어업인의 경우 새 정부 수산정책의 우선순위로 ‘소득 안전망 구축’(31.3%)을 첫째로 꼽았고, ‘수산식품산업 육성’(28.3%), ‘어촌 정주기반 확충’(20.8%), ‘수산업 경쟁력 기반 강화’(19.7%)가 그 뒤를 이었다. 어선어업인의 경우 ‘어촌정주기반 확충’(36.4%)이 가장 많았고, ‘소득 안전망 구축’(24.8%), ‘수산업 경쟁력 기반 강화’(20.1%), ‘수산식품산업 육성’(18.7%)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서 보듯 어업인들은 새 정부가 수산식품산업의 육성보다는 소득안정과 정주여건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평원 고성군 대진어촌계장은 “최근 들어 면세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조업을 포기하는 어가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당장 생계곤란을 겪은 어민들을 위한 생계지원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론 어업인들이 안정적인 조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산식품 산업의 육성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갈수록 커지는데다 한정된 자원을 이용하는 수산업의 특성상 어업생산만으로는 어가소득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홍현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의 수산정책은 생산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며 “수산물 가공이 유리한 품목들을 선별해 지리적 특색을 살려 브랜드화 한다면 부가가치를 더 낼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이를 통해 수산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산식품 생산을 위한 클러스터를 구성한다거나 해외에 직접투자를 통해 우리 수산물이 유통·가공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새 정부가 추진해야할 과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규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부문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학교급식을 확대하는 등 소비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수산부문은 이런 움직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수협은 최근 감천항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세우고 소비확대에 나서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수산물 대량 소비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신규수요 창출을 포함해 지속적인 대군 납품량 증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군 급식품에 대한 지속적인 품질, 서비스 개선 등 전사적 차원의 마케팅 역량 강화로 수산물 소비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정수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생산기술·경영기법 등 어민 교육시스템 필요”

▲새 정부가 농수산업을 2·3차 산업과 융·복합화 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새 정부가 1차산업인 농수산업을 고부가가치의 2·3차 유통가공 산업으로 육성시켜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무슨 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예산을 얼마나 늘리겠다는 말은 없었다. 또한 1차 산업의 확고한 기반 없이 어떻게 2·3차 산업으로 육성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수산물의 경우 농산물과 달리 전국 연근해 여러 해역에서 같은 상품이 생산되는 특성 때문에 유통회사를 설립해 일괄 구매와 유통을 담당케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표방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지원하고 주도하는 정책 효과는 현장에서 기대한 만큼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림수산식부로 수산행정이 넘어왔는데, 우려되는 점은 없나.

-지난해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에서 보듯 해양환경 파괴는 어업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처럼 해양환경은 수산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데도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조직에는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를 다루는 기구가 빠져있다. 

지속적인 어업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양생물과 주변환경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연계돼야 추진돼야 한다. 수산과 해양환경을 분리해 생각할 경우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있을 수 없다.

▲새 정부의 수산정책에서 강조돼야 할 점이 있다면.

-수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어업인들이 급변하는 세계에 맞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정비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세한 어업인들이 보통의 방법으로는 잘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도로 전문화된 품목별 생산 기술이라든지 어촌관광 경영 노하우, 브랜드 마케팅 등의 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수산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이제 어업인들이 수산업과 어촌 문제 해결에 있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수산정책이 잘못 됐을 때 직접적인 부담을 지는 사람은 결국 어업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전문가가 훈수하는 수산행정에 끌려가면서 불평하는 타성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또한 정부와 어업인이 그동안 서로 불신이 팽배했던 요인은 정책협의 과정에서 대등한 토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책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어업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정책의 결과도 함께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김관태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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