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의 엄마하고 나하고

“잘 생각 해 봐요. 어머니. 어머니 꿈에 오줌 누시지 않았어요? 화장실 가기 멀고 하니까 그냥 누지 않았어요?”

“몰라. 내가 죽어삔지야 이 꼴 안보지. 내가 너 한테 고생시키고 며느리 보기 미안하고 내가 이래 살아각꼬 머학끼고”“에이. 어머니가 오줌 눈 게 아이락캐도!”

“이기 내가 눙기 아이믄 니가 눴단 말이고?”

어머니는 당신이 옳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겠다는 듯이 내 손을 끌어다가 어머니 엉덩이 밑으로 넣으셨다. 오줌 눈 사실을 숨기시던 어머니가 오줌 눈 게 맞다고 되레 큰 소리 치기 시작 한 것이다.

“나도 모르기 이렇게 찔끔 나와 버리니 내가 오찌 살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머니. 나도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엊그제 옷에 오줌 눴다니까요. 꿈에 냇가에서 목욕을 하는데 옷을 입고 했거든요.”

“.......”

“냇가에서 목욕을 하는데 옷이 다 젖잖아요. 그래도 목욕을 하는데 옷이 뜨끈뜨끈 하는 기라. 봉께 옷에 오줌을 싼 기라요.”

“너도 오줌 쌌나?”

“그렇다니까요. 꿈 꾸다보면 그리 되는기라요.”

“하하하... 다 큰 놈이 소문날라.”

축축하게 젖은 옷을 벗지도 못하고 누운 채 아들이 눈치 챌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가 자꾸 아들이 오줌을 눈 사람은 어머니 당신이 아니고 꿈 때문이라고 하자 긴가민가하시면서 슬슬 민망함에서 깨어나신다.

어머니는 한참을 입을 닫고 잠자코 계시더니 내 손을 덥석 잡으면서 눈을 반짝이셨다.

“아. 맞다. 내가 ‘새노디’에 가서 고디를 잡는데 바지를 둥둥 걷고 고디를 잡는데 말이다.”

“그래서요? ‘새노디’에 갔었네요. 그래서요?”

“응. 고디가 큰 바위 밑에 이렇게 꾸부려서 손을 넣고 훑으면 고디가 손가락 마디만 한 게 한 움큼씩 잡히는기라.”

어머니는 고향동네 앞 냇가 ‘새노디’에서 고디를 잡고 계셨던 것이다.

“고디가 하도 많기에 개롱띠기하고 서로 많이 잡는다고 깊은 줄도 모르고 잡는데 고디는 낮에는 깊은데 있거든. 밤이 돼야 밖으로 기 나오지 낮에는 깊은데 있어.”

어머니가 축축하게 젖은 바지와 속옷을 겨우겨우 벗어 내리면서 하신 말씀은 ‘새노디’에서 고디를 잡느라 깊은데로 들어가다 옷이 다 젖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셨다. 물에 빠지는 꿈을 꾸다가 오줌을 누셨다는 것도 아니고 고디 잡다가 옷이 물에 젖었는데 아직 안 마른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맞아요. 옷이 젖었으면 갈아입고 주무셔야지 그냥 자는 게 어딧어요?”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옷 벗는 것을 도와 드렸다. 어머니는 이미 옷에 오줌 누신 참담한 기분을 완전히 벗어나셨다. 밤이 되면 동네 아낙들이 냇가에 가서 목욕도 하고 고디도 잡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아낙들이 냇가에 가서 목욕하면 순 상놈이라고 얼씬도 못하게 해서 어머니는 목욕은커녕 봄나들이 한 번 못가 보고 살았다고 한다.

어머니 옷이 젖어 있는 것은 꿈에도 그리던 고디 잡으러 냇가에 갔다가 물에 빠져 젖은 것이 되어 버렸으니 젖은 옷을 감추고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서! 어서 옷 좀 꺼내. 옷부터 좀 갈아입자.”

어머니는 내가 꺼내주는 속옷은 싫다하고 이것저것 꺼내게 해서는 반 쯤 입어 보다가는 다른 걸로 바꿔 입곤 하셨다. 우리네 삶은 한 바탕 꿈일 뿐이라는 고승들의 가르침을 몸소 체현 하는 것은 물론 꿈이야 말로 삶 자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고디 : 다슬기의 경상도 지방어.
*새노디 : 어머니 고향마을의 냇가 이름. ‘새 노둣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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