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봉 농가, 긴장하세요”

전남 해남군에서 ‘한라봉’이 재배돼 제주도 한라봉의 아성을 깨고 새로운 소득작물로 자리잡고 있다.

전남 해남군 계곡면 마고리에서 20년 간 농사를 짓고 있는 윤재문(66)씨는 1155㎡(350평)와 990㎡(300평) 등 총 2970㎡(900평)에 4년 째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다. 4년 전만해도 오이를 재배하던 비닐하우스에는 한라봉 나무가 빼곡이 심겨져 있고 탐스런 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이다. 묘목을 심은지 3년만인 지난해 첫 수확을 얻어 시험 판매를 한 뒤 올해 본격적인 수확이 이뤄져 대도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이농사 짓다 4년 전부터 작목 전환
하우스 지력 높여 당도·모양내기 심혈
인건비·유류비 절감…소득 제고 ‘톡톡’


한라봉을 심기 전까지 하우스 오이를 재배하던 윤 씨는 불어나는 인건비와 겨울철 난방비 부담 때문에 농사짓기를 포기할 지경이었다. 연간 오이농사로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 인건비와 연료비, 농약대 등으로 3000만원을 제외하고 고작 2000만원 정도가 수익으로 남았다고. 그나마 농촌의 노령화로 작업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워 인건비가 상승하고 기름값도 매년 뛰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존 농사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윤 씨는 궁여지책으로 한라봉 재배로 눈을 돌렸다. 제주도에서 감귤과 한라봉 재배 경험이 있는 옆마을 독농가의 도움을 얻어 몇 년간 정성들여 재배한 결과 이제 어엿한 한라봉 과수원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윤 씨는 350평 비닐하우스에 117그루(39그루×3줄)의 한라봉 나무를 심고 발효 우분퇴비를 전체 15톤 가량 살포한 후 각종 부산물과 볏짚 등을 덮었다. 하우스내 지력을 높여 한라봉 당도와 모양내기에 힘썼다.

이런 결과 1월말에서 2월말 약 한 달 수확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 나무에서 큰 열매는 50~60개, 작은 열매는 70~100개가 열렸다. 아직까지 제주도보다는 크기가 작은 것이 많지만 맛은 한라봉 고유의 상큼함이 더해져 오히려 제주도산보다 맛이 좋다는 평가도 받았다. 실제 해남 농장을 둘러본 제주도 한라봉 재배농가들도 맛이 좋다며 판매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낼 정도였다고.

연료비 문제도 기존 오이재배시는 여름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가온을 해야 했으나 한라봉은 눈과 비가 올 때만 가온을 해도 되기 때문에 연료비가 크게 줄었다. 또한 작업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오이재배에서 얻는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실질적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생산된 한라봉은 전량 농협공판장과 직거래를 통해 판매된다. 선물용 3kg 1상자 가격은 2만원선(택배비 별도)으로 아직까지 홍보부족으로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를 중심으로 아름아름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윤재문씨는 “한라봉은 기존 작물의 대체품목으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인건비와 유류비 절감효과가 높다”며 “앞으로 최고의 한라봉을 생산하기 위한 품질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남군에서는 계곡면을 비롯 옥천면과 현산면 등에서 5농가가 4000여평의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으며 올해 작목반을 구성, 공동출하 등을 계획하고 있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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