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 없는 마을 개발은 사상누각”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 종은 바로 여러분, 여기에 모이신 주민들을 위한 경종입니다. 마을에 몇 억원이 지원되고 무슨 사업이 벌어지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려나. 아니면 누군가 하겠지 하는 순간, 그 사업의 성패는 결론납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명암리에서 산채건강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락(51)씨는 이곳을 찾는 견학생들에게 질타와도 같은 열변을 쏟아낸다.

공무원이건 지역주민이건 견학을 오는 이들은 무조건 그의 강의를 한 시간씩 들어야 한다. 그는 견학 와서 시설을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주민들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사업추진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참고로 삼는 게 견학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적극적 참여없이 떡고물만 바라거나
누군가 하겠지 하는 순간 사업 망해
전국 뒤지며 자료수집·마을주민 설득
3년만에 개발 완료…관광객 북적북적


그는 국비 등 13억여원의 사업비가 지원되는 ‘명암산촌마을개발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시설이 완료돼 정식 개장한 작년 6월 이전까지 그는 꼬박 3년 이상을 이 사업에 매진했다. 어떤 테마로 마을을 개발할 것인지, 시설은 어떤 것을 할 것인지 거의 모든 내용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전국을 이잡듯 뒤지며 자료를 수집하고 실패의 원인과 성공한 마을의 요인을 따지고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명암리 산촌마을개발계획을 잡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고령의 대다수 주민들은 참여를 꺼려했다. 남의 일로 치부했다. 이장이나 지도자 몇몇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방관적 자세를 보였다. 험담도 있었고 뒷얘기도 무성했다. “발목을 잡지 말고 손목을 잡으라고 했어요. 주민참여 없는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숙박시설을 건축할 때도 동네사람들을 일꾼으로 쓰고 밥하는 손이 필요하면 마을의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에게 일당을 주고 일거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출자금도 받았다. 적게는 호당 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씩, 현재 산채건강마을에 출자한 주민은 62호 달한다.

지금 산채건강마을은 주말이면 방을 잡기 힘들 정도로 안정화됐다. 여름이면 손님들로 북적인다. 주변에서 나는 산채를 주원료로 내놓는 산채정식은 손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쓰러져가는 농촌과 산촌이 변해야 하는데 그 주체는 주민들입니다. 주민들 먼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뭔가 변하지 않겠습니까.”
이평진leep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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