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2007 정해년 ‘역사 속으로’

장미, 국화, 선인장 등 갖가지 꽃들이 만발했던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화훼단지가 아파트 건설부지로 수용되면서 흉물스런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토지임차인이 대부분이었던 이곳 삼송리는 실제 영농에 종사했던 임차농민들이 영농손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정해년을 넘기고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정해년(丁亥年)이 저물어 간다. 황금돼지해로 복 많이 받기 위해 온갖 설계를 했건만 이렇다 할 성과도 못 내고 어느덧 일 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를 맞아 평화로운 17대 대선 등을 통해 농어민들이 대접받고 잘 사는 세상이 펼쳐지길 기원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리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올 한해는 그야말로 안팎으로 탈도 많고 아픔도 많았다. 어떤 일에 대한 판단보다도  무슨 희망을 갖고 살 것인지가 고민되는 나날이었다.    
연초부터 불거진 한미FTA 논란은 4월에 타결로 이어져 전국 곳곳에서 FTA 반대시위에 따른 농민들의 외침이 하늘을 찔렀다. 또한 초여름 경북사과단지에 때 아닌 우박이 쏟아져 사과 농가를 울리더니, 한여름에는 태풍 ‘나리’가 남부지역의 고요한 들녘에 들이닥쳐 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제주도 역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폭우가 쏟아져 도심 한복판을 난장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기상이변으로 무, 배추가 비싸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높아질 때 쯤, 전국 주요 관청 앞에는 나락이 쌓인 채 쌀값 제값받기 위한 농민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잠시 잠잠해질 무렵, 때 아닌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해어민들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디 이뿐인가. 그동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이란 미명아래 늘어만 가는 아파트와 공장의 물결속에 우리의 농촌은 어머니와 같은 논밭을 도시자본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개발열풍에 내 땅을 가진 농민이나 임차농 모두 문전옥답을 헐값 수용으로 잃어버리고 실속 없는 도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황량한 들판에서 우뚝 솟은 아파트와 공장들을 보노라면 쓰디쓴 담배 못지않게 마음만 쓰릴 뿐이다.
이제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이할 시간이다. 이미 새 시대를 열 이 나라 대통령은 뽑혔지만 농업, 농촌, 농민이 마음 놓고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될지는 의문이다. 밝아오는 새해는 아무쪼록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쓸어주고 웃음과 희망을 던져주는 고귀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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