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경기도 안성 한우농가 박호순 씨

저 멀리 논을 바라보는 박호순(경기 안성) 씨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진다. 예년 같으면 추수가 끝난 논에 볏짚을 포장한 원형베일러가 곳곳에 놓여 있었지만 올해는 잦은 비로 인해 제때 건조를 시키지 못하면서 볏짚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2년전 낙농에서 한우로 전향해 50두 규모의 번식우 농장을 꾸리고 있는 박씨는 올해 볏짚은 물론 조사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안성의 한우농가인 박호순 씨는 잦은 비 등의 영향으로 볏짚 및 조사료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한우 사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잦은 비로 건조 못해 수거량 ‘예년대비 10%’
볏짚 300kg 한 롤에 4만8000원까지 치솟아
옥수수 사일리지·톨페스큐 구하기도 어려워

박씨는 “예전에는 약 13만2232㎡(4만평) 정도에서 볏짚을 묶었지만 올해는 1/4수준인 3만3058㎡(1만평)에서 작업했다”면서 “볏짚 수거량이 예년의 10% 정도에 불과하는 등 볏짚을 수거하고 싶지만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성지역의 경우 4만2000원이었던 300kg짜리 볏짚 한 롤의 가격은 수확 전임에도 불구하고 4만8000원까지 올랐고 농가들의 볏짚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볏짚 확보가 어려워진 것은 날씨 영향이 크다. 지난달 제11호 태풍 나리가 한반도의 남부지방을 강타해 16일 오전 한때 시간당 30㎜~40㎜의 집중호우를 내리는 등 연일 내리는 비로 볏짚 말리기에 애를 먹고 있는 것. 또 잦은 비로 논에 물구덩이가 적잖게 발생, 기계가 논에 빠지는 현상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 랩핑작업을 하기도 쉽지 않다.
볏짚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옥수수 사일리지와 수입 조사료 쪽으로 눈을 돌려봤지만 그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볏짚을 대체할 수 있는 톨페스큐는 kg당 40원이 오른 26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고 옥수수 사일리지는 수확이 늦어지고 저온현상으로 인한 성장지연으로 제대로 된 제품 만들기가 쉽지 않다.
박씨는 “옥수수 사일리지 수확이 예전에는 8월 10~20일 사이에 이뤄졌지만 올해는 8월말에도 못해 알곡이 다 썩고 저온현상으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해 수확량도 감소했다”면서 “업자에게 수입 조사료 구매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조사료값도 올라 송아지 생산을 해도 남는 게 없다”며 “수입 조사료 쿼터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농가들의 조사료 수급이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이 낮은 조사료마저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박씨는 조만간 조사료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와 FTA, 사료가격 폭등, 소비저조 등의 악재로 근심에 빠진 한우농가들이 소를 사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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