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한 전국사회부 기자

콤바인 소리가 요란한 남도의 들녘에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수확을 해야 할 지 아니면 포기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나락에 싹이 나는 ‘수발아’ 현상 때문. 조금이라도 싹이 난 나락은 이미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는다. 또 그런 나락이 일반 나락과 섞일 경우 전체 쌀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8월까지 전남지역 쌀 작황은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수확기가 가까워진 9월에 10여일간 비가 이어지면서 다 여믄 나락에 싹이 나기 시작한 것. 여기에 제12호 태풍 나리로 1만ha가 넘는 논이 도복피해를 입으면서 수발아 피해를 키웠다.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보성, 고흥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조차도 수발아 피해 나락에 대해선 아무런 보상책이 없다. 물론 그 이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농민들은 “정부나 농협에선 미질하락을 이유로 수매를 거부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사태를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책을 미루다간 일반쌀과 발아가 된 쌀이 섞일 수밖에 없으며, 조금만 섞여도 쌀 품질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몇일만 지나면 벼 수확도 마무리 된다. 수확후 대책은 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꼴이다. 농민들의 바람처럼 수확이 끝나기 전 하루빨리 대책이 시급하다.
안병한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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