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이 현재 추진 중인 2007년 농업법(Farm Bill) 개정의 향배가 협상 변수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하원에서 마련한 2007년 농업법안은 농무부 제안보다도 일부 품목에서 보조금 수준을 더 높여 DDA 협상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보조금 감축 골자 농업법 개정 불구
일부 품목 가격보장·목표가격 되레 높여
상원 통과시 WTO 회원국들과 논란 커질듯

▲미국 농업법 개정 동향=미국 하원은 지난 7월27일 2007년 농업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약간의 수정을 거치긴 했지만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2002년 농업법의 기본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미 농무부는 가격보전직접지불(CCP) 지급 요건을 가격기준에서 소득기준으로 전환하고 허용보조는 늘리되, 감축대상보조는 줄이는 내용으로 농업법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까지 DDA의 쟁점대상이던 2002년 농업법의 작물프로그램(commodity program)을 2008~2012년까지 5년간 연장했다. 이 제도는 곡물겭渶?유지작물을 대상으로 한 융자, 시장가격 보전 및 직접지불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밀, 보리, 유지종자, 대두 등의 보조금 지불단가(목표가격, 융자단가)를 상향 조정했다.
특이한 사항은 감축대상 가격보전직불(CCP)을 소득기준으로 변경했는데, 지불 기준으로 소득과 가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농가에 선택권을 부여했다.
또한 습지겷恪?보전 프로그램 등에 2008~2017년까지 38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영양프로그램에 115억 달러를 추가 지출하기로 했다. 영양프로그램은 부양가족공제의 상한을 폐지하고 방과후 활동기간 동안에 학생들에게 간식을 공급하는 내용을 확대하며, 학교에 신선농산물을 공급하는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푸드스탬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품목간 형평성을 고려, 과일겷ㅌ?등 원예와 유기농업 분야에 16억 달러를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농산물 무역과 관련, 시장접근 프로그램에 2008~1017년까지 2억2100만달러를 추가지원하고, 해외시장 개척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농산물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재생에너지, 바이오에너지 관련 융자 및 연구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전망=미국은 EU(유럽연합) 등이 감축대상 보조금 지출을 줄이는 것과 달리 국내보조 지출액을 매년 늘려왔다. 이 때문에 DDA 협상에서 미국의 국내보조를 감축하라는 개도국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직면해 왔다. 따라서 당초 미 행정부의 제안은 교착 상태에 있는 DDA 협상에서 국내보조 감축 요구를 반영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개혁의지를 보여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미 하원에서 승인된 법안은 행정부가 제안한 것과는 반대로 일부 품목의 가격보장과 목표가격을 오히려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상원에서도 큰 수정 없이 채택될 경우 미국의 국내보조 협상 여력은 더욱 축소되고, 다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 분쟁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농업법의 종료 시한은 9월말까지다. 그러므로 농업법은 9월중 상원 심의, 10월 행정부 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밖으로는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안으로는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농정, 그 핵심인 농업법 개정 추이가 주목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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