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베 언제 짜고 친정 갈까~”

“짤그락 짤그락 짜는 이 베 언제 짜고 친정에 갈까”베틀 노래 후렴구를 소포리 주민의 선창에 따라 함께 흥겹게 불러본다. 이 노래는 옛 님의 애환이 담겨 있어 흥겨움보다는 탄식과 한숨이 앞섰을 터인데…. 그 탄식과 한숨소리 조차 이제는 잊혀져 가는 현실 속에서 그를 자랑스럽게 지켜가고 있는 진도 지산면 소포리 주민들.

진도 소포리에 가면 구수한 진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포리 전수회관에서 도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민속공연.

‘소박한’ 만찬과 흥겨운 민속공연

먼 길을 달려 온 손님이 소포리 마을회관에 도착하자마자 마을 주민들이 마을 입구 그곳에서 반가이 맞이한다. 멀리 달려 온 길이라서 그런지 허기가 감돌 때면 소포리 마을 집에 숙소가 정해지고 그 집으로 가서 짐을 푼다. 잠시 기다리니 정성어린 저녁 식사가 준비됐다. 손님만을 위해서 따로 밥상을 차리지는 않았다. 이 집 노부부도 우리 밥상에 함께 앉는다. 평소에 먹는 음식에다가 손님이 온다고 특별히 차려내는 건 없어 찬이 없지만 맛있게 들라는 겸손을 보이는데 반찬을 보니 모두 먹음직스런 남도 음식이다. 특히 친환경 농법으로 논에서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은 정말 압권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소포리 마을전수회관으로 모이기로 해서 함께 온 일행들과 함께 마을 입구에 있는 전수회관으로 향했다. 한두 명씩 짝을 지어 모여드는 소포리 주민과 손님들. 모두 모이면 소포리 전수회관에서는 이곳에 머물면서 하루를 함께 할 손님들과 특별한 공연을 펼쳐 보일 것이다. 소포리 전통 민속 공연은 그들이 살아오던 삶 속에 녹아들었던 진도의 소리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서 이 자리에서 손님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다. 진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래 가락 한 가락은 뽑을 만큼 모두 대단한 실력가들이다.

베틀노래로 시작해 강강술래로

간단한 지성(至誠)의 고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어 가장 먼저 친정에 가려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아가야 저 베 좀 짜그라“는 야속한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베를 짜며 이런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할 일없어 옥난간에 베틀 놓고 짤그락 짤그락 짜는 이 베 언제 짜고 친정에 갈까” “짤그락 짤그락 짜는 이 베 언제 짜고 친정에 갈까”
또 임진왜란 당시 거지 행세를 하며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왜군을 찾아 그 정보를 아군에게 알려 주는데 쓰였다는 소포 걸군 농악과 76세나 되신 홍복동 할아버지의 상모돌리기 솜씨도 멋있다. 85세 박병임 할아버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마지막 순서 강강술래. 손에 손을 잡고 빙빙 돌며 흥겨운 한마당 잔치는 모두 하나가 되기에 충분하다. 뒤풀이는 진도 홍주와 흑돼지 바베큐. 이렇게 소포리의 밤은 깊어만 간다.

전통 지키며 친환경농업 실천 ‘신뢰’ 절로

소포리에서는 친환경 농업이 이뤄지는데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우렁이 농법이었다. 소포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전통 문화를 매개로 하여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이 마을을 찾는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소포리에서 재배하는 검정쌀과 친환경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구매한다는 점이다. 전통과 자연스럽게 맺어진 친환경 농업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신뢰감과 직접 구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 봐야할 점이 아닐까?

>>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나들목으로 나가 해남 방면으로 가다가 영산강 하구뚝을 너머 금호방조제를 지나 진도대교, 진도읍을 통과하여 803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된다. 서울 기준으로 소요 시간은 5시간 30분. 숙박과 식사는 모두 소포리에서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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