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사는 고장 만들겁니다"

충북에서도 가장 작은 자치단체에 속하는 보은군. 한 때 11만을 넘던 인구는 3만6000명으로 줄었고 재정자립도도 최하위에 속한다. 주민의 46%가 농가인구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보은군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고장이 될 것이라 확신하는 이가 이향래(58) 보은군수다.

대추 저장기술 개발 박차…소비 대중화 역점
농가 벼농사 집착 말고 돈 되는 작목 심어야
바이오농산업단지 조성…가공업체 유치 최선

이상욱 한농연 보은군회장과 함께 만난 그는 대추 군수로 통한다. 그 스스로도 대추 군수임을 자임한다. 실제로 이 군수의 명함에는 ‘보은 대추 군수 이향래’ 라고 찍혀 있다. 또 명함뒷면에는 조선시대 허균이 지었다는 일종의 음식품평서 ‘조문대작’을 인용, ‘대추는 보은현에서 생산되는 게 제일 좋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을 정도다.
기자는 언젠가 이 군수가 속리산에 올라 등산객들에게 대추 나눠주는 장면을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어 그 이유를 물었다. “문장대에서 나눠줬어요.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오면서 얼마나 힘이 들고 목이 마르겠어요. 그때 대추를 주면 그 맛이 꿀맛일 거 아닙니까. 보은 대추 맛이 그렇게 좋고 또 잊지 말라고 일부러 그런 겁니다”.
이 군수는 대추를 ‘과일’의 반열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제수용이나 한약재에 들어가는 용도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수요가 늘고 농가소득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우리가 사과 배 포도 등 여러 과일을 차려놓고 선호도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놀랍게도 대추에 가장 많은 손이 가더라구. 깔필요도 없고 그냥 입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 대추 당도가 얼만지 알아요. 35도에서 37도나 됩니다. 많은 이들이 이걸 몰라요”.
보은군은 현재 대추 저장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건조대추가 아니라 생대추를 3-4개월 저장하기 위함이다. 건조대추로 유통시키는 것보다 생대추를 유통시키는 게 소득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 군수는 대추에 올인한 것인가. “그렇지가 않아요. 상징성입니다. 우리 군은 해발이 높고산이 발달해 있어요. 그런데도 벼농사 면적이 인근 옥천과 영동을 합친 것 만큼이나 돼요. 벼농사 소득은 낮지 않습니까. 대추를 심고 인삼을 심고 과수를 재배하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벼농사에만 집착하지 말고 소득이 높은 작목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것입니다”
그는 대추가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지만 돈이 되는 작목위주로 농사를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꼭 대추를 심으라는 게 아니예요. 군에서 사과와 한우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이것처럼 농민들도 스스로 소득높은 작목을 개발하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들려주는 또 다른 사례 하나. 34세의 ‘최연소 조합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는 84년 마로면 조합장에 당선된 뒤 11개 농가에 젖소 두 마리씩을 사줬다. 보은군을 통틀어 젖소 한 마리 없던 때였다. 그게 기폭제가 돼 현재 마로면은 보은군 낙농의 53%를 차지하고 있고 보은군 축산이 부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젖소는 규모는 적지만 가장 알차고 소득도 좋았어요. 젖소가 되니까 한우에서도 마로면이 중심으로 섰어요, 군 축산을 일으키는데 역할을 한 점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보은군에는 ‘선병국 가옥’이란 보성 선씨 가문의 오래된 고택이 있다. 이 곳에서 내려오는 덧 간장은 350년이 넘어 한병에 500만원까지 팔릴 정도로 유명하다. 이 군수는 이곳에 대추를 이용한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지역의 농산물을 가공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선병국 가옥은 중요민속자료로 등록돼 관광객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는데 관광과 농업, 가공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군수는 농산물 가공산업을 중심에 둔 산업체 유치를 희망한다. “삼승면 일대 100만평 규모로 바이오농산업단지가 들어섭니다. 주로 가공식품 업체가 입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야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으니까.”
그는 보은이 살기좋은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영농여건을 마련해주고 공장도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더 이상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희망이 있고 꿈이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군정의 주요 목표다. 농민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비전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이향래 군수는=마로면 출신. 81년 농민후계자로 선정돼 송아지 여섯 마리로 농사를 시작. 서른 넷의 나이로 84년 마로농협 조합장에 최연소 당선. 중졸 학력의 한을 씻고자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작년에 충북과학대학 졸업.
95년 충북도의회 의원 선거에 당선, 농림수산위원장 역임. 보은군수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하며 고배를 마셨으나 작년 5,31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

◇보은의 농특산물

조선시대부터 최고품질 인정 `명성자자`

#보은 대추

이전에는 ‘보은 대추’라는 품종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고 품질이 뛰어나다. 조선시대 허균의 음식품평서 ‘도문대작’에 “보은현에서 생산되는 것이 제일 좋으며 뾰족하고 빛깔이 붉고 달아 다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만 못하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최고의 가격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나 생산량이 적어 면적을 늘리고 있다. 2010년까지 5년간 37억원을 투자 신규과원을 800ha 이상 조성하고 총 1000ha의 생산기반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가공 및 유통시설에도 32억원을 투자해 대추를 이용한 술과 와인, 고추장, 된장, 과자, 화장품 등을 개발한다.

최적 생산여건 갖춰 맛·향·당도 탁월

#황토 사과

기후나 토질은 물론 일교차 등으로 최적의 생산여건을 구비하고 있다. 또 황토가 지닌 풍부한 미네랄로 인해 맛과 향이 뛰어 나고, 당도가 매우 높은 게 특징. 도매시장과 대형할인점 등에서 최고 값을 받으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등에도 수출되고 있는 대표 상품 중의 하나.
2004년 황토농산물 자동세척시스템 설치해 안전한 상품을 출하하고 있다. 황토사과 명품화 육성계획에 따라 매년 신규과원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1500ha 면적을 확보할 예정.
자연재해 경감 신모델 과원과 FTA기금으로 추진하는 생산시설 현대화사업, 도가 지원하는 과학영농특화지구 육성사업 등을 통해 명품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출하량 75% `1등급 이상` 판정

#‘조랑우랑’ 한우

‘속리산 황토 조랑우랑’ 한우 브랜드로 출하되고 있다. 신활력사업을 통해 품질고급화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충북한우능력 평가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출하량의 75%가 1등급 이상을 판정받아 최고의 한우로 인정받고 있다.
작년에는 ISO 품질인증을 획득했고 올해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했다. 126억원을 투자, 속리산 인근에 고능력 한우 유전센터를 조성하고 현재의 1만9000두 규모의 한우를 3만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우를 주제로 한 ‘속리산 황토 조랑우랑’ 먹거리 장터를 개설해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

우렁이농법 실천…품질·위생관리 엄격

#황토쌀

RPC와 140ha의 황토쌀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우렁이 농법과 종이멀칭재배 등 친환경쌀 생산단지 7개소 100ha를 조성한다. 또 526ha의 기능성쌀 생산단지 조성을 통해 안전하고 품질좋은 황토쌀 생산기반을 다진다.
탄부면 일대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황토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에는 해바라기 6ha, 유채꽃 단지, 하얀 민들레 단지 등 총 47ha의 경관작물을 재배하고 메뚜기 축제도 열 계획이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기름진 황토에서 재배돼 품질이 우수하며, 퇴비를 많이 사용했다. 미곡종합처장에서 엄격한 품질관리와 위생적 가공으로 쌀을 씻지 않고도 밥을 지을 수 있다.
이평진leep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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