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의중국통신]중국의 채소생산기지 수광을 가다 ④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와 농민조직

중국 최대의 시설채소기지이며 채소도매시장이 위치한 수광은 농산물 유통이 가장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각 품목별로 다양한 협회와 농민합작조직들도 설립·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협회와 합작조직의 활동은 의외로 미미하다.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농민들에게 다양하고 우수한 품질의 종자와 육종을 제공하는 것. 그 밖에 재배기술 지도와 농자재를 공동구매하여 공급하는 느슨한 형태의 조직이다.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농산물은 소포장하여 바코드까지 산지에서 부착하여 납품한다.

품목별 협회·농민합작조직, 종자·육종 제공 역할 그쳐

유통업체, 대형 수퍼마켓 등 유통망 장악’
계약농가 외 농민들은 농산물 판매 ‘불안’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협회나 농민합작조직의 역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일부 조직에서 영세농가의 농산물을 수집하여 공동 출하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매우 드문 경우라고 도매시장 중개인들은 말한다.
시설채소생산 20여년의 경력을 가진 수광 농민들은 중국 최고의 생산기술을 자랑한다. 이제는 기술지도가 없더라도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많은 불안감을 안고 있다. 수광지역 내에서도 시설채소생산의 발원지로 전국에 잘 알려진 삼원주촌은 촌 단위에서 농민협회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회도 공동판매는 시설채소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출하되는 춘절 전후에만 국한되어 이루어진다.
수광시 농업국 관계자는 현재 수광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유통정보’라고 지적한다. 농민들은 전국적으로 얼마만큼의 채소가 파종되었는지, 다른 지역에서는 품목별로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소비지에서는 어떻게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는지 등 유통정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산지에서 농민조직이 농산물 유통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유통관련 기업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수광시 도전(稻田)진에 위치한 한 유통업체의 역할이 눈에 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인근지역 30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유기농산물을 확보하여, 북경과 상해 등 대도시 대형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기술지도와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농가와의 거래가격은 출하당일 도매시장의 최고가격으로 결정한다.
개별농가에서 수확한 농산물은 회사 선별장에서 출하처에 맞게 소포장된 뒤 전국으로 유통된다. 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생산농민들은 판매를 걱정하지 않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농민은 유통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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