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처리시설을 설치한 5만8000여 농가 중 1034호에 설치된 분뇨처리시설이 작동되고 있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최근 양돈농가들에 호응을 얻고 있는 'ㅎ' 업체의 에스컬레이터식 교반기.

○막대한 자금 쏟아붓고도 계속되는 ‘분뇨와의 전쟁’# 농가 최대 '골칫거리'“분뇨처리 걱정만 없으면 좋겠습니다.” 양돈경력 12년차에 접어드는 경기 파주의 한 양돈농가. 그의 12년간의 양돈경력은 그야말로 분뇨처리와의 전쟁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 흉물스럽게 양돈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고장난 분뇨처리시설들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한숨만 더하고 있다.2001년 현재 축산분뇨처리방법별 설치내역에 따르면 설치농가 5만8346농가 중 1339호가 가동 중단상태다. 특히 이중 77%인 1034농가는 가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92년부터 지난해까지 농림부가 축산분뇨처리사업에 투여한 자금은 총 1조333억3백만원. 이중 자부담과 융자금을 제외한 순수 정부보조만도 4448억180만원이나 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도 분뇨처리가 여전히 축산농가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것이다.분뇨처리전문가들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자금투여에도 축분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 우선 사업초기 부실시설업체의 난립을 꼽았다.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들이 관급공사라는 미명아래 일부 농가들과 밀실계약 후 날림공사를 하는가 하면, 또 일부 축산농가들은 사업자금을 타 용도로 유용하기 위해 이들 업체와 유착관계를 맺는 등 부실공사를 불렀다”는 것이다.대구의 한 시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97년까지만 해도 퇴비화시설업체가 7개나 됐지만 이후 부당거래에 의한 세금추징과 인력·기술력 부족 등으로 모두 도산, 현재 2개 업체만 남아 있다. 당연히 이들 업체가 시공한 시설들은 업체의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농장에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 잘못된 시설비 지원기준현행 분뇨처리시설의 자금지원은 축사면적을 기준으로 지원되고 있어 사육두수가 증가할 때마다 시설을 보강해야 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특히 시설업체 관계자들은 효율적인 처리시설을 갖추려면 장기적인 사육전망에 따라 설계하고 이에 따라 자금이 집행돼야 하지만, 현행 구조는 주어진 자금에 설계를 맞추는 꼴로 처리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사육두수 증가 때마다 추가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에 따라 현행 가축분뇨처리시설비 지원기준을 효율적인 처리시설 규모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퇴비,액비사용은 환경오염?최근 유기농업 붐과 관련, 경종농가의 액비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액비는 부숙기간이 길고 살포면적 확보가 어려운 한편, 사용에 대한 살포지 확보 외 사용기준법이 없어 사업진행에 난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액비이용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부숙 액비를 농지에 살포하는 것. 경종농가들에 따르면 미부숙 액비는 질소함유량이 높고, 적정량 이상을 시비할 경우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또 악취로 인한 인근주민의 민원으로도 작용, 액비화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올해 농림부는 축산분뇨를 액비화해 농경지에 환원하는 자연순환농법 달성을 위해 전국에 축분비료유통센터 40개소를 설치하고 액비 수거·운반·살포에 필요한 차량과 부대장비를 개소당 2억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또 논·밭 등 경작지에 액비저장조 설치지원사업을 지난해 400기에서 올해 680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림부의 이러한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축분유기질 비료에 대한 경종농가의 신뢰구축이라는 것. 이에 축분퇴비·액비 관계자들은 “유기농업과 유기축산이 서로 연계되는 자연순환농업 토대구축을 위해서는 무자격 축분업자의 퇴출, 시비기준 등 세부적인 법적 근거 마련 등을 통해 경종농가들에게 축분퇴비·액비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농가 혼자서는 힘들다앞으로 축산분뇨의 처리는 축산농가 단독처리가 아니라 축산농가와 하수종말처리장 또는 축산폐수공공처리장과 하수종말처리장을 연계해 처리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분뇨처리관계자들은 분뇨를 농가가 직접 정화·퇴비화·액비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은 기술·처리비용·기간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공공처리장 단독으로 축산분뇨를 처리하는 것도 하수종말처리장 연계 처리하는 것보다 처리물량당 공사비와 톤당 처리비용이 월등히 높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치호 축산기술연구소 축산환경과 연구사는 축산폐수공공처리장에 유입되는 분뇨를 전처리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 처리할 경우 처리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현격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또 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축산분뇨처리사업자금을 시공업체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고, 설치농가는 업체로부터 사후이행보증증권을 교부받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발생하는 업체의 경영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평가·고객만족도 등을 조사해 우수분뇨처리시설업체를 선정,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간이 없다최근 OECD가 조사한 ‘양돈의 생산성·환경·무역 관련성에 대한 최종 협의자료’에 따르면 가입 27개국 중 한국이 단위면적당 양돈분뇨 중 질소에 의한 토양오염부하량(N ㎏/ha)이 높은 그룹으로 분류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 OECD는 지난해 양돈분야에 이어 올해 낙농분야에 대한 토양오염부하량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축산분뇨전문가들은 그린라운드 출범 후 환경문제가 국제무역의 제제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OECD의 평가는 향후 무역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농림부 뿐만 아니라 환경부를 위시한 각계가 축산분뇨의 효율적인 처리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이미 농가에 보급돼 있는 분뇨처리시설을 개보수해 축산농가가 저렴한 비용으로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보급하는 등 저비용·고효율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우수사례 / 식물나라유기영농법인“지난해부터 전환기유기농업을 위해 액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40㎏ 현물벼를 8만5000원을 받았습니다.”여주읍 삼교리 식물나라유기농영농법인 윤정길 회원의 말이다. 식물나라유기농영농법인은 삼교리 일대 경종농가 48명을 회원으로, 회원 중 약 30%가 전환기유기농업을 하고 있다.윤씨도 지난해부터 무농약 농법에 이어 돈분액비와 오리농법을 연계한 전환기유기농업으로 전환한 사례. 윤씨는 전환기유기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약을 물론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는 안되는데, 화학비료 대체제를 찾던 중 양돈분뇨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이에 식물나라유기농영농법인 회원들의 논에 200톤 규모의 액비탱크 6기를 설치 매년 2회씩 총 2400톤의 액비를 경작지에 뿌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식물나라유기농영농법인이 액비에 신뢰를 갖게 된 것은 분뇨를 배출하는 양돈협회 지부가 직접 액비부숙과 적정 살포 등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여주 양돈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부숙되지 않은 액비는 절대 시비하지 않는다고. 이용복 여주양돈협회 부지부장은 “경종농가의 호응이 좋아 올해 20기의 액비저장탱크를 추가로 설치, 액비공급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윤상익 여주축협 조합장 “축분은 폐수 아닌 소중한 자원”축산분뇨의 자원화 활용을 위해서는 우선 가축의 분뇨가 폐수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또 축산분뇨의 처리에 공개념을 도입, 생활오수나 인분처럼 국가가 이를 처리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또 유기농업농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 경종농가에도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뇨를 이용한 유기질 비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축산분뇨처리에 공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은 최근 들어 시군 자치단체에 의해 설치되고 있는 축산폐수공공처리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 축산농가가 직접 처리하기가 힘들 경우 이를 국가가 대신 처리해 주도록 하는 시스템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군에서는 하수종말처리장에 축산분뇨처리시설을 갖추고 축분처리가 어려운 축산농가들의 분뇨를 수거, 하수종말처리와 연계해 처리해 주고 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 기존의 하수종말처리장에 축산분뇨처리시설을 추가로 건립하면 무리한 투자 없이도 축산분뇨의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진우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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