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 회장 불참에 ‘정회 소동’

26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의 불참 문제로 한 때 정회가 선포되는 등 시작부터 논란을 빚으면서 진행됐다. 의원들은 농협중앙회에 대해 어려운 처지의 농민들을 외면하고 신용사업에 치중하면서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명퇴자에 억대 위로금 '방만경영' 여전올 상반기 부실채권금액 1조1천억 달해20개 자회사 임원 85%가 '낙하산' 지적 ▲정대근 회장 불참=이날 오전 시작된 국감은 당초 증인으로 요구했던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불참하자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회의 시작 15분만에 정회가 선포됐다. 정대근 회장의 불출석 사유는 급성 인후염으로 부산대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이 사실은 전날 오후에야 농해수위에 보고됐고, 의원들은 이를 당일 국감장인 농협중앙회에 와서야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농해수위는 불출석 사유로 제출된 진단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 타당성이 인정되면 접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정 회장 대신 김동해 전무이사를 증인으로 세워 국감을 진행했다. 농해수위는 31일 농림부 종합감사 때 정 회장을 다시 증인으로 세우기로 했다. 정대근 회장은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 현대자동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5월 구속기소돼 징역 7년, 몰수 3억원을 구형받았으나, 8월11일 금보석으로 풀려났고, 공판이 계속 지연되면서 농민단체들의 사퇴요구가 높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240만 농민조합원과 5만2000여명의 직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배신감을 주고, 5개월이 넘게 회장 직무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정 회장이 뇌물수수로 구속돼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데 따른 농협의 손실과 피해 △양재동 사옥 매각 결정과정 등을 따졌다. 한편 김동해 전무는 정 회장의 거취에 대해 "장기간 공백은 바람직 하지 않고, 경영진은 정회장이 빠른 시일 내 복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거취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결정될 것"이라며 농민들의 퇴진요구와 온도차를 보였다. ▲방만경영 고질병=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예산·홍성)은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임직원 185명에 대해 명퇴를 실시하면서 일반퇴직금 외에 위로금 명목의 특별퇴직금으로 247억원을 지급했는데, 부장급인 1급 직원에게 1인당 2억400만원을 주는 등 억대 위로금으로 여전히 방만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실채권도 크게 늘어 상반기만 해도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년 1조2000억원에 근접하는 등 부실금액이 크게 늘어났고, 이중 회수 못할 추정손실금액만도 1663억원에 달한다고 분석. 김광원 한나라당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농협중앙회의 봉은 20개 자회사"라며 "20개 자회사 임원 39명중 85%인 33명이 농협출신"이라고 비판. 그는 이들 중 77%인 30명이 57세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농협중앙회 정년 1~2년 전에 자회사 임원 및 대표급으로 낙하산인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 ▲FTA 입장이 뭔가=신중식 민주당 의원(고흥·보성)은 "농협은 농민의 권익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도 한·미 FTA 관련해 이렇다할 연구가 없다"며 "곧 시작될 중국과의 협상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농민의 조직인 농협중앙회가 한·미 FTA 협상 저지에 나서기보다는 협상을 찬성하는 입장인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힐난. 또 정부의 면세유 감면·농수협 특례 폐지는 한·미 FTA의 연장인데 농협은 뭐하고 있냐고 질타. 이방호 한나라당 의원(사천)도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농협에 대한 특별대우를 철폐하라고 하는데, 농협중앙회는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FTA에 대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 부도직전 부실업체에 대출 승인재경부 국장 불성실 답변 '도마' ■증인신문 이날 농해수위는 부당대출과 관련, 이철상 ㈜VK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박희철 농협중앙회 여신심사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신·경분리와 관련 임영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참고인으로 불렀으나 이철상 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VK는 중견 휴대폰업체로 한 때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으나 지난 7월초 부도처리됐다. 의원들은 증인신문에서 VK에 대출해줬던 은행들이 2004년부터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했는데도 농협은 오히려 대출을 해주는 바람에 결국 다른 은행에 갚을 빚을 농협이 대신 갚아준 꼴이 됐다고 책임소재를 물었다. 농협측은 이에 대해 당시 VK가 이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대출을 승인해준 것이라고 해명했고, 294억원의 채권중 114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 임영록 국장은 신·경분리, 지주회사안 등에 대한 재경부 입장을 묻자 "실무검토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것은 없다"며 "농림부 신·경분리위원회에 재경부가 참석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권오을 농해수위 위원장은 임 국장이 의원 질문에 대해 "적절치 않다" "공식적인 것이 없다" 등의 발언을 거듭하자 "국정감사에서 답변자로서의 자세와 톤을 신경쓰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감파일 "4년간 금융사고 금액 618억원" ▲중앙회 금융사고, 회계 정비 필요=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농협중앙회 금융사고 발생건수는 총 127건이고 금액은 618억원, 피해 및 예상금액이 342억원에 달하지만, 내부 비리에 대해 책임 추궁보다는 은폐와 축소로 일관, 갈수록 비리가 대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유형별 중앙회 금융사고는 횡령·유용 61건, 규정위반 35건, 도난·기타 30건 등인데, 이는 회계가 복잡하고 투명치 못해 '눈먼돈'이 발생하기 쉽고, 이를 자기돈처럼 쓰는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의원은 중앙회가 횡령관련 종사자들에게 다분히 경징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농협은 사업부문간 뚜렷한 회계구분과 사무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1사1촌 자매결연 일회성 그쳐" ▲'직거래실적 없다' 44%=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16일~18일까지 여의도 리서치에 의뢰, 전국 1사1촌 결연마을의 이장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결과, '자매결연 후 농산물 직거래 실적이 없다"는 의견이 44%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1사1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20%가 형식적인 1회성 행사를 꼽았고, 영농에 도움이 안된다가 14%였다. 이 밖에 66%의 기타의견은 왕래가 부족하다, 정부예산이 부족하다, 문제가 없다, 농번기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등이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