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곳 중 HACCP 인증 2곳(두산 종가집, 동원 양반김치) 불과

식품의 안전성 확보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이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이다. 김치는 기생충 알 검출파문 이후 안전시스템 구축이 더욱 강조된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양평에서 김치 등 47개 유기농 가공식품 품질인증 제품을 생산하는 ㈜유기네 윤창의(67) 회장은 "HACCP 설비를 갖춘 신규공장을 설립하는데 15억원을 투자했는데 수익성만 따져서는 접근할 수 없는 부담"이라고 밝혔다.

김치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안전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 직원들이 기생충 알 검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설비 갖추려면 최소 15억…중소업체 큰 부담식품진흥기금 활용·정부 기술지원 병행해야 정부 이달 28일부터 기생충 자가검사 의무화배추 재배 '표준 영농메뉴얼' 작성·교육키로무·배추 GAP 참여유도, 이력관리제 도입도 이 회사는 12월에 완공될 건평 282평 규모의 신축 공장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건축설계사무소의 컨설팅을 통해 시설 공조 위생시스템을 갖추고 운영은 현대백화점 품질연구소에서 자문을 받았다. 준공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HACCP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치 분야에서 중소 업체 가운데 HACCP 설비를 갖춘 곳은 이 회사가 거의 유일하다. 윤 회장은 "제품의 '유기농' 품질인증과 함께 안전한 생산체제를 갖추는 차원에서 위생설비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HACCP 인증업체는 두산 종가집 김치와 동원 양반김치 정도에 그친다. 전국 900여 개로 추정되는 김치업체가 있지만 식약청 인증은 이곳이 전부다. 두산의 경우 위생공정과 함께 내년에 배추 계약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자체 생산이력관리(Traceability)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동원과 풀무원 등도 배추 중금속 잔류농약 검사 등의 자체 위생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응용생물공학부 교수는 "김치업체의 일시적 HACCP 도입은 불가능한 만큼 정부가 위생개념을 확실히 하고 기술지원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가 내놓은 위생관리 방안은 제조업체 자가검사 항목에 기생충 검사를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성상과 보존료 타르색소 대장균군 이외에 기생충 검사를 포함한 조치다. 기생충 검사는 이달 28일부터 모든 김치업체에 의무 적용된다. ] 이에 따라 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은 9일부터 조합 실험실에서 회원사 신청을 받아 기생충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병문 부장은 "일단 소비자 신뢰회복 차원에서 기생충 검사를 하지만 비용과 처리절차에서 보완할 사항이 많다"며 "중소규모 업체에서 매일 검사하는 비용 이외에 검사를 위한 운송 택배비 등이 부담스럽고 검사결과가 10일 이후에 나오는데 문제 발생시 회수 폐기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식품정책팀 최기호 사무관은 "우선 자가품질검사에 기생충 검사 항목 추가를 위한 제도 개정을 진행 중"으로 "HACCP은 현행 기준에 부합할 경우 식품진흥기금 지원이 가능하고 신청업체 심사를 거쳐 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료 분야의 경우 농림부가 농촌진흥청 농협 등을 통해 배추재배 등의 표준 영농매뉴얼을 작성 교육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농산물 안전성 조사항목에 기생충 검사를 추가했다. 또한 내년에 무 배추 재배농가를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사업에 우선 참여시키고 농산물 이력관리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치연구단 박완수 박사는 "HACCP은 중소 영세업체가 도입하기 부담스럽지만 안전 위생설비와 소비자 공신력이 높다는 측면에서 유도하고 배추를 절이기 전과 후에 세척하는 등의 공정개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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