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60%

지난 9월 말 시작된 김치 위생문제가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동은 국내외 소비자들의 심각한 김치 불신과 외면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더욱이 기생충 알의 인체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발표에 대해 정부의 무책임 행정이란 비난이 쏟아진다. 어떻든 업계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위생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김치산업 육성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김치산업이 정상화돼야 국내는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배추 생산기반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김치산업 육성을 위한 신뢰회복이 강조된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김치를 고르고 있다.

'기생충 알' 파동 이후 유통업체 김치 매출 절반으로 '뚝' 농림부, 김치 안전성 강조 TV 홍보물이달말 김장철 맞춰 5회연속 방영계획 업계 HACCP 도입 등 위생관리 강화학부모·급식담당자 초청 공장 견학도 김치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명 백화점 잠실점의 경우 상품김치 2개 업체 제품을 취급하는데 평일 매출이 예년의 절반 이하인 10∼20만원에 그친다. 일요일은 지난해 11월 첫 주 70만원에서 지난 6일에는 30여 만원에 그쳤다.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상품김치 구매를 줄이는 것 같다"며 "가정에서 직접 담가먹는 추세로 신선배추 판매에 집중된다"고 전했다. 수출시장인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이 전수검사 완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소비자 외면은 여전하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기생충 알 검출 발표 이후 국산 김치를 취급하는 유통업체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시켰는데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판매도 예년의 50%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반응은 소비자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농협이 지난달 말 서울과 4대 광역시에 사는 주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김치의 신뢰도는 절반 이하에 그쳤다. 수입김치의 경우 응답자의 91.1%가 '믿지 않는다'고 답했고, 국산 김치의 신뢰도는 40.5%에 머물렀다.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국산김치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가정에서 '직접 담가먹겠다'는 응답은 85.0%로 높았고, 상품김치 구매의사는 15% 수준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신뢰회복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우선 정부에서 국산 김치의 안전성 확보방안 제시와 업체들의 자율적인 위생관리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농림부의 경우 국산 김치의 안전성과 위생을 강조한 편당 10분 분량의 5개 시리즈를 이달 말 김장철에 맞춰 방송할 예정이다. 외국인들의 김치소비 실태와 국내 지역별 김치의 다양성 배추 재배에서 세척 절임 제조공정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 최병문 부장은 소비자 신뢰회복과 품질관리를 위해 조합에서 직접 현미경을 구입해 회원사 김치에 대한 기생충 검사를 9일부터 실시한다며 중소업체의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무조건적 외면을 우려했다. 신덕식품 하태열 사장은 "국산원료를 사용하는 '전주김치'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단체급식 업소 등의 주문이 늘어나지만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모두 손해본다"고 진단했다. 한성식품도 김치공장의 HACCP 도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부터 학교급식위원회 학부모들과 단체급식 관계자들이 방문해 생산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며 "앞으로 안전성 확보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조재선 명예교수는 "업계가 원료 구입에서 세척 등 제조공정의 위생을 강화하는 것이 신뢰회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한 "자체검사를 철저히 하고 위생요원을 확충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업계의 위생설비 지원과 국산 김치의 안전성 홍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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