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양곡관리에 업계간 경쟁이 없다. 가공, 수송, 보관 전 부문에 걸쳐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군별 원료권역이 정해져 있으며가공임은 정부가 정한 요율표에 의해 지급된다. 수송은 대한통운에서 독점하고있다. 보관은 정부가 정한 보관요율에 의해 보관창고에 지급된다. 그러나 쌀값 조정방식을 조곡 공매로 바꾼 후, 정부가 직접 취급하는 정부양곡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정부양곡관리에 참여하고 있는 도정공장, 창고업자, 운송업자들 사이에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경쟁을 도입해야 살 사람은 산다는 인식이다. 본보는 정부양곡관리의 제반 문제와 변화의 움직임을 3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시중 쌀값 안정방식으로 조공공매가 정착된 지 수년. 한 때 허가증 프리미엄만 수 억원을 호가했던 정부양곡도정공장에 대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양곡도정공장의 가공 몫은 이제 학교급식용과 군관수용 도정뿐이다. 한 때 1천2백만석까지 도정했던 물량이 2백여만석도 안되게 줄었다. 4백여개소에 이르던 정부양곡도정공장은 80여개소가 민간미곡종합처리장으로 전환하고 일부는 폐업했으나 아직도 1백88개소가 있다. 이들의 지난 해 가동률은18%. 물량으로 따지면 80% 가동률 기준으로 40여 개소만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양곡도정공장의 소득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모 사장은 “공장장 없이직접 공장을 경영하지만 이자 주고, 경비 충당하고 나면 내 노임이나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사장은 “일년내 40일간 일하고 7∼8개월쉬고 있다”면서 “부업으로 하고 다른 사업거리를 찾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도정물량 차이가 있어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하소연은 비슷하다. 유전개평택시 삼양정미소 사장은 “정부가 옛날에 쌀값을 안정시키는 일에 기여한바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유 사장은 정부가 수입양곡을 잘 배분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양곡도정공장 사장들은 서로 입 조심을 한다. 겉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조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최도찬 대한곡물협회 전무는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곡물협회도대부분 노령화된 회원들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장은 “곡물협회가 개선안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정부가 개선안을 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의식 때문에 능력 있고 경쟁력 있는 공장마저 경영조건을 개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구조조정이 안 되는 것 뿐 아니라 정부의 아까운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에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양곡도정공장의 가공임은 조사된 도정공장의 평균 가공임이다. 정부가공임보다 적은비용으로 가공하는 공장이 있고 더 많은 비용으로 가공하는 공장도 있는 것이다. 수송비용의 최소화라는 명분으로 가장 가까운 공장으로 원료를 보내도록해 결과적으로 원료권역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경영조건을 개선할 수 없도록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요인이 반영된 탓인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움직임도 확실히 일고있다. 서로 같이 나눠 먹었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인 것이다. 한 정부양곡도정공장 사장은 “정부에서 공장별로 원료물량을 배정하는 현재 방식을 유지할 경우 업계가 공멸할 것이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모 사장은 “수송비의 최소화만이 원료권역 지정의 이유에 불과하나 이도장거리 수송이 단거리 수송보다 운송단가가 오히려 싸다”고 주장했다. 원료권역 지정해제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계의 구조조정 요구과 관련 김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유통경제연구부장은 경쟁입찰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 부장은 “원료량과 가공임을 경쟁입찰함으로써 업계의 구조조정을 건실하게 만들어 갈 수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수입양곡은 원료권역 문제가 없으므로 우선수입양곡 가공임과 물량에 대해 경쟁입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양곡유통 전문가도 “경쟁문화가 전혀 없는 정부양곡도정공장업계의 현실을 감안, 수입양곡에 대해 경쟁입찰을 실시하되, 빠른 시일 내에 정부도정양곡에 대해서도 원료배정과 가공임을 경쟁입찰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을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안기옥 기자 ahnko@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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