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하·학비 감면 등 정부차원 지원대책 마련 시급홀로된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이들 여성농업인들은 농작업이나 지역 단체활동 등으로 남편이 갑자기 사망했을 경우 영농자금 상환과 생활비 마련, 정신적 충격 등으로 2중, 3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특히 대규모로 농업을 경영해온 가정일수록 수억원대에 이르는 영농자금과 대출 이자를 갚느라 영농기반은 물론 그나마 생활의 기반이 될 각종 재산까지 처분하고 있어 생계대책마저 전무한 실정이다.전남 담양군에서 학사부부로 불리며 대규모 영농활동을 펼치던 이애희(49)씨는 남편이 농민단체활동 중 과로로 사망한 뒤 농사일을 접고 보험설계사 활동을 하며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씨 자신도 농사일은 물론 농민단체 활동까지 못하는 일이 없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왔지만, 지금은 지역활동은 꿈도 못꾼다.6년 전, 남편이 사망할 당시 2억여원의 빚이 남아있던 이씨는 축사와 소를 모두 팔고도 현재 4천여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그나마 갖고 있던 축사도 대출담보로 묶여 있어 팔리지 않고 있었는데, 형제간에 사줘 겨우 처분할 수 있었다. 이씨는 보험설계사 활동으로 월 150만원 가량 수입을 얻고 있지만, 1남3녀를 키우며 월 80만원에 이르는 대출이자를 물고나면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런 이유로 올해 셋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은 포기했다.이씨는 “4년전까지는 소를 키우며 보험설계사를 같이했는데, 당시 소값 폭락으로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었다”라며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참 많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경남 창녕의 송미령(44)씨는 99년 7월 남편이 농민단체 회의에 참석,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고 말았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논농사와 한우를 키우며 한우전문점을 운영하던 송씨는 남편 사망 후 4억여원의 빚을 갚느라 농사를 포기하고 화장품 판매일을 하고 있다.그러나 송씨가 버는 돈은 월 80만원. 시어머니와 두 아들의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송씨 혼자의 힘으로 대출이자를 갚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갖고 있는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하루 빨리 빚을 갚고 싶지만, 모두 담보로 묶여 있어 처분도 어려운 상황이다.아직 농업과 농촌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송씨는 “둘이 하던 일이 한 사람 몫으로 바뀌다 보니 여러 가지로 힘들다. 더구나 농촌 현실에서 여자가 돈을 벌어봤자, 푼돈밖에 안되는데 빚을 갚지 못한다고 압류가 들어오고, 독촉장이 날라와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라며 “원금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갚을 생각인데, 당장 이자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이들은 홀로된 여성농업인에 대해 영농자금의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무이자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또 자녀 학비를 감면해주고, 병원을 이용할 때 진찰료를 감면해주는 등의 복지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이에 대해 윤순덕 농촌생활연구소 연구사는 “일반직장의 경우 배우자가 근무 중 사망하면 퇴직금과 위로금, 각종 복지혜택 등으로 생활기반은 유지될 수 있지만, 여성농업인의 경우는 이같은 혜택이 전무한 실정에서 남편의 빚까지 떠 안아야 한다”며 “농촌인구가 노령화되고, 농업노동력도 노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농업노동 인력을 잃지 않도록 홀로된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최윤정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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