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은 일선농협을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한다. 협동조합의 일꾼중에서도 ‘상일꾼’인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조합장을 뽑기 위한 조합장 출마자격과 선거방식 등 선거제도의 정립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현행 선거제도는 사전선거운동, 금품수수, 상호비방, 마타도어 유포 등 각종 불법·타락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반면 극도의 선거운동 제한으로 후보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동시에 나타난다. 일선 조합원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상호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조합원 참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현행 선거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번 조합장 선거는 지난해 8월13일 국회를 통과, 9월7일 공포된 새로운 ‘농업협동조합법’과 그 이후 개정된 하위규정인 ‘조합정관’, ‘조합정관부속서임원선거규약’에 따라 치러진다. ◆조합장 입후보 자격=우선 조합장의 법적 자격을 보자면, 농협법(49조)에 따른 임원의 결격사유가 있다. 즉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선거공고일 현재 해당 농협의 정관이 정하는 출자좌수 이상의 납입출자를 2년이상(상임인 조합장의 경우 5년 이상) 보유하지 않은 경우 △선거공고일 현재 정관이 정하는 금액과 기간을 초과해 채무상환을 연체한 경우 등은 조합장이나 임원을 할 수 없다. 물론 조합원만이 조합장에 나설 수 있다. 조합정관(례)에는 이를 구체화, 조합임원은 선거공고일 현재 조합에 50좌 이상의 납입출자를 2년 이상(상임인 조합장의 경우 5년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하고, 5백만원 이상의 채무를 6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아야 출마가 가능하다. 또 조합정관부속서임원선거규약(례)에는 여기에 더해 해당조합·다른조합·품목조합연합회 또는 중앙회 직원·상임이사·상임감사·자회사의 상근임직원이나 다른 조합·연합회·중앙회의 조합장·연합회장·중앙회장 또는 공무원들은 조합장 출마를 원할 경우 조합장 임기만료일 90일 전에 사직을 해야 한다. 다만 해당 조합의 비상임이사·비상임감사 및 자회사 비상임임원의 경우 후보자 등록일 전일까지 사직하면 된다.◆선출방법=선출방법의 경우 구 농협법에서는 조합원 직선 또는 대의원회 간선중 선택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새 농협법은 여기에 이사회 호선제도를 추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대부분의 조합이 직선제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지난 97~98년의 3기 선거에서도 선거대상 1천74개 지역농협은 모두 직선으로 선출했으며, 권역이 넓은 전문농협만 40개 조합중 18개 조합이 대의원회 간선이었다.◆선거운동=선거운동의 경우 매우 엄격한 제한이 있다. 농협법은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받거나, 그 제공을 승낙하는 행위, 허위사실 공표, 타후보 비방을 금지하고 있다. 또 구농협법에서는 선거운동 방법을 선전벽보, 선거공보, 소형인쇄물, 합동연설회로 제한했으나 새 농협법에 공개토론회를 추가시켰다. 하위규정인 임원선거규약에서는 선전벽보 부착, 소형인쇄물 배부 및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의 개최중에서 위원회가 정하는 1개 이상의 방법과 선거공보외의 방법외에는 제한하고 있다. 선관위 설치는 정관 규정사항에서 법적 의무사항으로 강화, 외부인사도 참여하게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이같은 조합장 선거관련 규정들은 선거부정과 타락 등 과열을 막고 적은 비용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취지에는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뜯어보면 현행 선거규정은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소견발표와 공개토론의 장에서 조합원들이 후보자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비정상적인 방법을 잉태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조합들의 선거운동 방법과 관련, “지금까지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가 열리지 않았다”면서 “과열방지를 위해 대부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극히 제한적인 벽보나 인쇄물 등 선거공보물을 보고 조합장 후보자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는 후보들의 됨됨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조합 운영방향에 대한 소견조차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조합원과 상시 접촉할 기회가 많은 현직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조합장들이 지도사업비를 선거운동에 쓴다”, “직원이 일은 안하고 선거운동만 한다”는 지적을 낳는 요인이기도 하다. 개별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사실상 토론이 금지되는 선거운동에서는 젊고 개혁적인 인재가 진출하는 길보다는 함량미달의 인사들이 지연, 학연, 혈연이나 재력가, 지역유지 등이 당선되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농사도 짓지 않는 무자격조합원이 형식적인 서류심사만 통과해 조합장에 당선되는 것을 현행 선거제도로는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선거를 치른 경기 화성지역의 한 조합원은 “후보는 세명이었지만, 인구가 많은 지역사람이 당선될게 뻔했고, 조합원들 평균 연령이 50대 이상인 탓에 개혁적 인물이 자리잡을 수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한정된 소형인쇄물 배포만으로는 조합장 후보에 대해 알 수 없다”면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알리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상길 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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