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일부가 함몰될 정도로 심하게 구타당한 여성, 수렵용 공기총에 맞아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여성, 죽도록 맞은 후 동네에 끌려 다니며 인격적 모독을 당하는 여성… 남편에 의해 폭력을 당하다 끝내 상담소를 찾는 지역 여성들에게는 이미 ‘인권’이 사라진지 오래다.가정폭력은 농촌지역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10∼20년 이상씩 장기화 되는데다, 주위에서도 이를 부부싸움 정도로 치부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농촌지역 특성상 ‘여자가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남편들의 폭력이 일부 용인되는데다 가정폭력이 가정내의 문제라고 생각해 주위에서 신고하거나 개입하기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무조건 여자가 참아야 한다’이태옥 영광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은 “흉기로 위협하거나 목조르기 등 가정폭력의 형태는 도시와 유사하지만, 농촌내에서는 폭력남편을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가해자들이 더 떳떳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대부분 가출을 최후의 방법으로 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다른 빌미가 돼 주위로부터 ‘맞을 만한 여자였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는 것이다.이러한 가정내 폭력은 여성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문제가정’을 만드는 결과를 빚고, 농촌사회의 문제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높다.한국여성의전화 연구 결과 조사대상의 42.2%가 구타당한 경험이 있으며,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경우가 61.1%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특히 가정폭력이 일상화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면서 다시 가해자가 되고, 청소년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불량 청소년 문제까지 야기심각성이 이러한데도 농촌내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묘연하다. 2년전 가정폭력방지법도 제정됐지만, 혈연 중심의 남성 우호적 농촌사회 분위기에서는 어디에고 호소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노동강도가 높은 농사일에 폭력까지 당한 여성농업인들은 당연히 몸을 회복시키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들을 위한 군단위 상담기구는 영광과 강화, 고작 두 곳 뿐이다.정부-지자체-민간 협력 필요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위한 상담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또 피해 정도에 따라 질병치료 기관이나 쉼터, 법원 등과 연계할 수 있는 원스톱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옥 소장은 “가정폭력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중앙단위가 삼위일체가 돼 중앙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를 강제해 나가고,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에서 이같은 사업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특히 상담기구를 설치, 인권보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하며,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윤정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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