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죠세핀 씨가 필리핀에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할 수 있던 단 두 마디. 조세핀 씨는 전남 나주에 살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다. 그녀가 한국에 온지도 어느덧 8년째. 22살이던 1999년 한 종교단체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소개받고 결혼하게 된 죠세핀 씨는 한국생활을 시작했던 때를 회상하며 한숨지었다. 그녀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선데다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고 말까지 통하지 않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죠세핀 씨는 한국 사람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잘사는 나라에서의 행복한 삶을 기대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환상은 한국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가 버렸다. 처음해본 농사일에 가볍게만 생각했던 의사소통문제, 거기다 문화적 차이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기 때문. 어떻게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도 몰랐고 그런 어려움을 표현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었다. 죠세핀 씨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생활 방식도 달라 심지어 주변사람들에게 외계인 같다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며 “나 뿐 아니라 한국에 처음 오는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모두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면서 매일같이 눈물 흘린다”고 당시의 심정을 고백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을 때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걱정에 하루하루가 두려웠다고 한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경험한 덕분일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시청에서 마련해 준 독거노인도우미로 일하면서 큰 위안을 얻었고 점차 생활에도 안정을 찾아갔다. 무엇보다 남편과의 대화는 가장 큰 위로가 됐다. 그녀는 “남편은 내가 고민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화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들이나 불만도 모두 남편과 대화로 풀다 보니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정도 두터워졌다. 또 주변에 자신과 같은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많아져 그들과 가끔 만나며 이국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도 푼다. 죠세핀 씨는 남편이 시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고된 일이지만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는 지난 9월부터 영어 원어민 강사 교육을 받고 있다. 12월에 교육을 수료하면 영어 강사로도 일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남편과 두 아들, 딸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다고 한다. 그녀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모국에서부터 한국어 교육을 받고 한국에 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정수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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